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 사옥 9층 서울북부지원센터 민원실에서 시민들이 연금 상담을 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연금 소득 활동 연계 감액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일해서 돈 버는 노인에게 노령연금 지급액을 깎고 있는 정책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넘겨 수급 연령(올해 기준 63세)에 도달했을 때 매달 받는 연금이다.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는 수급자에게 일정 기준(올해 기준 약 299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경우 최대 5년간 지급 연금액을 깎는 것이다. 월 삭감액은 초과 소득액에 따라 다르다.

그간 이 제도는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우선 “일하는 노인을 차별한다”는 비판이다. 고령화로 퇴직 이후 일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다.

‘초과 소득’ 산정 기준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연금 감액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계산할 때 근로·사업소득만 고려하고, 배당·이자소득과 주택 임대소득(비임대 사업자)은 넣지 않는다. 예컨대 한 법인 대표가 ‘월급’ 500만원을 받으면 연금이 깎이지만, ‘배당’ 500만원을 받으면 삭감되지 않는 것이다. 또 연금액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는데, 추가로 감액까지 하는 것은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많다.

삭감 대상이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왔다. 지난 5년간 연평균 감액 대상자는 11만여 명으로 전체 연금 수급자의 2% 수준이다. 매년 절약(감액) 금액도 2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지급되고 있는 연금액(3조6000억원)을 고려하면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열심히 일하는 가입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져 연금 납부 거부 분위기가 생기면 이를 완화하는 데 큰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올 9월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왜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 폐지’ 내용을 삭제했는지에 대해선 말이 엇갈린다. 정부 관계자들은 “절약한 돈으로 사정이 어려운 가입자를 좀 더 두껍게 보장하자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야권에선 “그동안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 폐지’를 주장했던 쪽이 주로 민주당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우리나라에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 폐지’를 권고했다. OECD 국가 중 소득에 따라 연금을 깎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 일본·그리스·스페인 등 4국뿐이다. 미국은 2000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연금 가입자들이 매달 보험료를 내 ‘획득한 권리(earned right)’를 부당하게 박탈한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도 2009년 “노인 인구 증가로 고령 노동자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폐지했다.

다만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를 폐지할 경우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직역 연금에서도 국민연금의 개선안을 따라가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연금들 모두 국민연금보다 소득 활동에 따른 감액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소득 활동 연계 감액제

매달 299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노령연금 수급자에게 최대 5년간 연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제도. 국민연금법에 규정돼 있다. 초과 소득이 많을수록 감액이 커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이 제도를 시행하는 건 우리나라를 포함해 4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