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온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1일 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11일 국민의힘과 정부, 의료계 두 단체가 참여한 협의체가 출범한 지 약 3주 만에 의료계가 활동을 중단하며 사실상 좌초한 것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후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여당은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며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한 이만희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요구였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휴지기라는 건) 정부·여당의 입장”이라며 “정부·여당 측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나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다시 판단하고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동안 협의체에서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고 예비 합격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2025학년 의대 정원 조정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미 수능이 치러진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상북도 국립의대 신설에 대해 “강력하게 지원하고 지지한다”고 한 것도 의대 증설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애초 협의체에 민주당이 불참했고 의정 갈등의 핵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도 빠졌기 때문에 여·야·의·정 대화는 당분간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