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에이비엠 회장이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눔명문 기업’ 상패를 받고 웃고 있다. /김동환 기자

“우리 세대 사람들은 전쟁을 거치면서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가진 걸 남들에게 나눌 수 있지요. 누구라도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기업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의 건설·신재생 에너지 기업 ‘에이비엠’의 김병철(72) 회장은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이 1992년 창업한 에이비엠은 지난 2022년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고액 기부 중소·중견기업 모임인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했다. 나눔명문기업이 되려면 최초 2000만원 이상 기부하고 3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해야 한다. 2019년 시작해 현재 546기업이 가입했다. 김 회장은 2022년엔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에이비엠과 김 회장이 200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돈은 총 1억7000만원이다.

에이비엠은 체육관 등 둥근 지붕에 사용되는 아치 패널 전문 업체로 출발했다. 2003년부터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특허 108건, 건설 신기술 4건을 보유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건물 지붕 자체를 태양광 발전 패널로 만드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이 회사가 개발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도 이 기술로 지어졌다. 현재 에이비엠 직원 수는 약 120명, 지난해 매출액은 524억원이다.

김 회장에게는 ‘4·3·2·1 법칙’이라는 기부 철학이 있다. 회사 수익의 40%는 회사 발전을 위해, 30%는 주주에게 배당, 20%는 직원들에게,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비교적 늦은 40대에 창업했다. 창업 직전 중소 기업에 다닐 당시 사장이나 전무 등 임원들이 업무 시간에 골프를 치거나 바둑 두는 걸 보면서 ‘회사 경영과 사회 환원에 관심이 없다면 진짜 사업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자연스레 ‘4·3·2·1 법칙’을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기부는 다양하게 했다. 회사 운영 초반에는 주로 신진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10년쯤 전부터는 부산의 국제 개발 비정부 기구인 ‘한끼의 식사기금’에도 후원을 시작했다. 한끼의 식사기금은 매 달 한 끼 먹을 돈을 아껴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는다는 뜻이다. 기부금은 식사비 지원뿐 아니라 학교 설립, 의료 지원 사업 등에도 쓰인다. 10여 년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을 지낼 땐 회원들과 함께 직접 방글라데시, 네팔, 에티오피아 현지로 가서 학교나 도서관 짓는 봉사 활동도 했다. 그는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기부를 하게 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6·25 전쟁 중인 1952년 태어났다. 그는 “우리 세대는 전란이 지나고 폐허 속에서 옥수수나 분유, 밀가루를 배급받아 살았던 기억이 남아있다”며 “어렵게 살아봤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기부를 당연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는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간편한 일”이라며 “기부를 하면 회사 경영이나 내 삶에도 기쁜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지역의 나눔명문기업은 총 72곳이다. 전국에서 서울(80곳)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김 회장은 “나를 포함해서 기부에 앞장섰던 기업가들이 있어서 기부가 번져나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나눔명문기업

사랑의열매가 대한민국 나눔 문화를 이끌고 기업 사회 공헌의 새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019년 만든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 최초 2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3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현재 총 546곳이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