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전공의를 대표하는 의협 비상대책위원이 의협 회장직에 출마한 서울의대 교수를 실명으로 공개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의정 사태에서) 강희경(서울의대 교수) 당신은 교수로서 무엇을 했습니까. 권력에 맞서 본 적은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런 자를 대표로 앉혀놓고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라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을 겸하고 있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강 교수는 차기 의협 회장직에 출마한 상태다.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 공개 저격은 지난 7일 강 교수가 의사 등 500여 명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서 “박단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요? 정책을 제안했나요?”라며 비판한 데 응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화방에서 한 의사가 강 교수를 포함한 의협 회장 출마자 5명을 향해 ‘박단 비대위원장의 지금까지 활동과 행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에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 후보는 “선배로서 전공의들이 무리한 주장을 하거나 움직임을 보이면 형, 스승처럼 타이르기도 해야 한다”고 한 반면, 경기도 의사회장인 이동욱 후보는 “선배들은 전공의, 의대생들을 돕는 역할”이라고 했다. 의협 대변인을 맡아 온 최안나 후보는 “전공의 대표가 누구든 전공의들의 의협 참여는 중요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택우 후보는 거듭된 답변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의 공개 저격이 알려지자, 일부 의대 교수는 박 위원장의 사과와 의협 비대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의대 교수는 의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제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박단이 의협 비대위 위원이라는 것”이라며 “현재 의협 비대위 위원이 어느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자 의협 비대위는 9일 입장문을 내고 “특정 비대위원도 특정 후보를 비난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박단 위원장이 먼저 강희경 교수를 비난한 것이 아니다”라며 박 위원장을 두둔했다. 지난달 박단 위원장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그를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앞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은 박단 위원장이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의원 대의원분들께 임 회장 탄핵을 요청한다”고 밝힌 후 지난달 탄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