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들이 8일 곳곳에서 집회를 벌였다. 지난 3일 비상계엄 포고령에 ‘의료인 처단’ 내용이 담기자 의료계가 집단 반발한 것이다. 사직 전공의 단체가 집회를 주도한 것은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사직 전공의 단체인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종로구 서울대 의대 앞에서 ‘젊은 의사의 의료 계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등 약 5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즉흥 개혁, 즉흥 계엄 강력하게 규탄한다” “의대 교육 붕괴 직전, 의대 모집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 정책이 ‘의료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 2월부터 대한민국은 계엄 상태였고, 비상계엄 선포를 향해 나아가는 폭주 기관차였다”며 “교육 농단과 ‘의료 계엄’은 원천 무효”라고 했다. 다른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망쳐놓은 의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한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했다.
흉부외과에서 3년간 수련했다는 한 여성 사직 전공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출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12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를 낳고 회복실에 누워서 핸드폰을 봤는데 너무 힘들어서 꿈을 꾸는 줄 알았다”며 “두려움이 앞섰지만 저는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반헌법적 조치를 깊이 우려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국민의힘은 헌법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즉각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주최로 서울 서초구 AT센터 앞에서 열린 ‘의대 교수 시국 선언 대회’에는 의대 교수 등 약 5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의대 측을 향해 “2025학년도 의대 정상 운영을 위해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긴급하게 논의하고 실행하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병원 단체 3곳은 모두 참여를 중단키로 했다. 지난 5일 비상계엄 포고령에 반발해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발표한 대한병원협회에 이어 대한중소병원협회와 국립대학병원협회도 특위에서 빠지기로 한 것이다. 주요 의료 단체가 정부와 정책을 논의하는 의개특위에서 모두 빠지면서 당초 출범 취지가 퇴색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사실상 정지된 데다가 병원계까지 빠진 상황에서 의료 개혁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갖는 내부 의견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