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 후보./연합뉴스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차기 회장 후보들은 정부의 의료 개혁을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의정사태 해결 방안은 미묘하게 갈렸다. “싸울 수밖에 없다”는 후보도, “최고 정책결정권자와 대화하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제43대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후보로 등록한 김택우, 강희경, 주수호, 이동욱, 최안나 후보(기호 순)가 모두 참여해 정견을 발표했다.

김택우(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후보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무모한 의료개혁 추진을 막고, 의대 정원 문제를 풀어가는 데 협회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 나선 이들 가운데 유일한 의대 교수인 강희경(서울의대 교수) 후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의협의 체계를 정비할 수 있는, 지금까지의 회장과는 다른 직역 출신의 회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35대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미래의료포럼 대표) 후보는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의협의 강력한 리더십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욱(경기도의사회장) 후보는 “1년간 끌어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각 후보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봐달라”고 했다. 최안나 후보는 “협회가 먼저 나서서 우리나라 의료가 어떻게 가야되는지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후보자들에게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복안’이 공통 질문으로 주어졌다. 김 후보는 “정부가 의료계를 정책 동반자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태 해결은 어렵다”며 “의료 현황과 정책은 반드시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한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저항은 되풀이 될 것이고, 저항의 선봉에 제가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후보는 “의협 회장이 되면 최고 의료정책결정권자를 만나 현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멈추도록 할 것”이라며 “어떤 의료체계가 가장 좋을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주 후보는 ‘강경투쟁 노선’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의 일치된 의견을 사회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의사들의 얘기를 듣겠다는 자세를 갖출 때까지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후보는 “2000명 증원과 계엄 포고령에 대한 인정과 사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일부 후보들은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 후보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나서며 투쟁이 시작되고 유지됐다”며 “전공의들을 의협 회장 산하로 끌어들여 좌지우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회장이 감옥에 가야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고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전공의를 의협 상임이사진에 임명하고, 의대생에게도 준회원 자격을 부여해서 의협의 근본적인 체질부터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도 “(경기도의사회가) 전공의들을 지원해온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전공의들을 안전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