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에서 인구 10만명당 위암 진료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경북, 대장암 진료 환자가 많았던 지역은 강원으로 나타났다. 간암·폐암 진료 환자는 전남이 가장 많았다. 유방암과 자궁암은 각각 서울과 부산에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2일 이런 내용의 ‘2023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를 발표했다. 작년 한 해 국가 건강검진 대상인 6대 암(위암·간암·폐암·대장암·유방암·자궁암)과 그 외 주요 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수 등을 분석한 결과다.
주요 암 가운데 유방암으로 지난해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49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위암(319명), 대장암(317명), 폐암(251명), 간암(158명), 자궁암(100명) 순이었다.
시도별로 보면, 사망률이 높은 3대 암(폐암·간암·대장암) 진료 환자는 전남·경북·강원에 많았다. 폐암은 전남(10만명당 321명)·경북(305명), 간암은 전남(253명)·강원(203명), 대장암은 강원(411명)·경북(355명)에 많았다. 위암은 경북(390명)·전북(380명) 순이었다.
이들 지역이 고령층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남(26.7%), 경북(25.4%), 강원(24.7%) 순이다. 임정수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폐암·간암 등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반면 유방암·자궁암 환자는 대도시에 많았다. 인구 10만명당 유방암 진료 환자는 서울(568명)과 대전(510명)이 많았다. 자궁암 진료 환자는 부산(122명)과 광주(112명)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방암, 자궁암, 갑상선암 등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잘 생기고, 병원을 자주 이용하면 조기에 발견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병원 접근성이 좋은 것도 대도시에 환자가 많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암 발생률에는 인구 구조뿐만 아니라 생활 환경과 식습관, 의료기관 접근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했다. 암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맵고 짠 음식이나 붉은 육류 섭취 등 식습관과 노동·생활 환경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암을 제외한 주요 질환 가운데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질환은 치주 질환(인구 10만명당 4만3738명)이었다. 서울(4만7170명)과 광주(4만5225명) 등 대도시에 환자가 많았다. 치주 질환 다음은 감염병(2만934명), 고혈압(1만4770명), 관절염(1만4123명), 정신 질환(8460명) 순이었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많았던 곳도 고령 인구가 많은 강원과 전남이었다. 인구 10만명당 고혈압 진료 환자는 강원(1만9290명)·전남(1만7842명)·전북(1만7412명) 순이었다. 당뇨병 진료 환자는 전남(9506명)·강원(9349명)·전북(9248명) 순이었다.
지난해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쓴 전체 진료비는 121조8276억원이었다. 진료비는 환자가 낸 본인 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등을 합친 것이다. 2020년(95조6940억원) 대비 27.3%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20년 848만명에서 지난해 986만명까지 늘어 1000만명에 육박하면서 전체 진료비도 불어났다.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7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전국 1인당 월평균 진료비(20만1853원)는 2022년(19만1320원)보다 1만원 넘게 올라 지난해 처음 20만원을 넘었다. 시도별로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전남이 25만5518원으로 진료비 지출도 가장 많았다. 전북(24만2516원)이 그 뒤를 이었고, 세종(16만644원)은 가장 적었다. 1인당 월평균 입·내원 일수도 전남이 2.4일로 가장 많았다.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자 비율 등이 1인당 진료비와 입·내원 일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예방의학과 전문의)은 “이번 조사 결과는 현재 주요 질환 발생 상황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고, 지역 간 비교 분석을 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