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약사 직원들 사이에선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이란 이름의 사건이 자주 회자된다. 이 사건은 두통약 ‘펜잘’ 등으로 유명한 국내 매출 4위 제약사(작년 기준) 종근당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사건 자체는 작년 하반기에 발생해 1년 정도 지났다. 그런데 사건 이후 종근당의 MZ세대 직원들이 “회사가 가해자를 솜방망이 처벌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면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종근당의 한 직원은 사건 발생 후 ‘우리 회사 하이파이브 사건’이란 제목의 글을 익명 앱인 ‘블라인드’의 게시판에 올렸다. 회사밖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직원은 “회사의 한 후배가 선배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후배는 사업부장에게 가서 피해를 호소했다”며 “그런데 부장은 오히려 가해자인 회사 선배를 옹호했다”고 했다.
이어 “이 사업부장도 예전 술자리에서 피해자(후배)의 뺨을 때린 적이 있었다. 술먹으면 손버릇 안 좋기로 유명하신 부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피해자는 열받아서 선배와 사업부장 둘 다 (회사에) 신고했는데, 부장은 ‘뺨을 때린 게 아니라 하이파이브를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며 “이게 바로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이다. 회사는 가해자 두 명에게 감봉 조치만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종근당 관계자는 “작년에 이런 신고가 있어서 사내 조사가 이뤄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로 지목된 분들의 진술이 상반됐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부장은 조사에서 ‘술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때린 적이 없고, 만약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도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서로 손뼉을 마주치는 정도는 있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했다. 반면 피해자는 “분명히 뺨을 맞았고, 술자리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그 장면을 봤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종근당 측은 “부서장으로서 부서 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못한 책임을 물어 사업부장을 피해자와 다른 부서로 인사를 냈고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후배를 괴롭힌 선배 사원은 이를 뒷받침할만한 물증이 있어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제약업계는 선후배 간 ‘위계 문화’가 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사가 술 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때리고, 회사는 쉬쉬하는 일들이 많았다는 게 제약업계 인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그러나 신입 사원으로 들어온 MZ세대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소셜미디어로 서로 공유하고 외부에 알리면서 더는 쉬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최근엔 한림제약에서도 영업 파트의 본부장(상무)이 팀장(부장)을 술자리에서 때리는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제약은 가해자 징계를 하지 않고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인사들은 “예전이면 묻혔을 테지만, 요즘은 바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서 밖으로 퍼진다”고 했다. 한림제약 최천옥 상무는 “당사자들끼리 얘기를 잘 하고 해서 지금은 둘 다 웃고 다닌다”며 “당사자들은 이상 없다라고 하는 걸 누가 소문을 그리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