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영(오른쪽)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가 지난 20일 진료실에서 위암 수술 후 5년을 맞은 환자와 촬영한 기념 사진. /서울성모병원

“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더 건강하고 기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되시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잘 이겨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특별한 기념식이 열렸다. 수술 후 5년을 맞은 환자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송 교수가 마련한 자리다.

송 교수는 환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환자에게 5년이라는 시간은…’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는 “살면서 암이라는 극강의 상대를 만나는 경험은 그야말로 무섭고, 화나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라며 “적을 이겨내기 위해 내 몸의 일부를 파괴하는 일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이어 “의사로 만나는 이들의 사연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그저 직업이고 일상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덤덤해지기 쉽다”며 “그런 가운데 긴 싸움에서 승리하고 기뻐하시는 제 앞의 환자분들을 보면 그래도 제가 해야할 일이 있고 그것이 큰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암과의 싸움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위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재발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에서 ‘5년 생존률=생존률’의 공식으로 설명되고는 하지만, 반대로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최소 5년간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수술과 항암 치료를 잘 끝냈다고 해도 정기검진 때마다 시험 통과를 기대하는 수험생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이라며 “5년의 시험을 잘 끝낸 분들과 두세평의 작은 진료실 공간에서 갖는 조그만 기념식은 이제 수술을 받는 환자의 목표가 됐다”고 했다. 이날 수술이 결정된 젊은 환자가 ‘열심히 치료받고 교수님과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곧 5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도 한다.

송 교수는 “일부 환자들은 정기 검진을 위해 멀리 제주도부터 부산, 광주, 머나먼 시골에서 새벽부터 4~5시간을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찾아와야 하는 수고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며 “수술을 하고 검사를 하는 것은 의료진의 5% 역할이지만, 근본적으로 병을 이겨내는 것은 95%의 환자의 노력”이라고도 했다.

송 교수는 “그렇게 보낸 5년이다. 그 피와 땀을 닦아주고 축하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