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관계자, 농장 종사자 등은 야생 조류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와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 AI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다. /Adobe Stock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자가 올해 전 세계에서 102명 발생했다. 지난해(29명) 대비 3.5배로 급증했다. 사망자는 2022년 1명에서 올해 8명으로 늘어났다. 동물이 아닌 사람까지 AI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들은 ‘변종 독감’이 생겨날 수 있다는 위험 신호다. 우리 방역 당국도 AI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 조치 강화에 나섰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AI 인간 감염 사례는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102명(잠정치)으로 급증했다. 앞서 2019년 11명(사망 2명), 2020년 22명(사망 0명)이었다가 2021년 74명(사망 2명)으로 늘기도 했다. 질병청은 최근 일선 병의원에 ‘인플루엔자 감시 강화를 위한 협조 안내문’을 보내 “최근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AI 인체 감염 사례 보고로 공중 보건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청은 지난해 5월 ‘신종 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난 10월부터 ‘AI 인체 감염증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AI 사람·동물 감염 사례, 바이러스 변이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농업 종사자 세 명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를 가진 젖소한테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iStock

AI는 보통 철새를 통해 전파된다. 그런데 최근 포유류인 고양이·돼지·소 등 다른 종(種)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농업 종사자 세 명이 AI 바이러스를 가진 소한테 감염되는 사례가 최초로 보고됐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H5N1)에 걸린 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AI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이것이 ‘사람 간 전파’로 이어지면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고 질병청은 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선 AI 인간 감염이 보고된 적은 없다. 하지만 질병청이 지난 2022~2023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사람이 637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살처분 관계자가 4886명(76.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농장 종사자 694명(10.9%), AI 대응 요원 390명(6.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일반 국민들은 야생 조류나 AI 발생 농가와의 접촉 가능성이 낮아 인체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AI 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고위험군은 산발적인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I에 감염되면 발열과 기침, 두통,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는 폐렴이나 급성 호흡기 부전 등 중증 호흡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관할 지역 보건소나 질병청 콜센터(1339)로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