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가운데 현역 입대자가 작년 대비 5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자 빨리 군에 다녀오려는 의대생이 속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이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의대생 입대자는 123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48명)의 5배에 달했다.

그래픽=김성규

특히 의대 입학 정원이 대폭 늘어난 지방 국립대 학생 중에서 복학 대신 입대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1월 전북대 의대에서만 80명이 현역 입대를 택했다. 입학 정원(142명)의 56%에 이르는 수치다. 작년 한 해 전북대 의대생 입대 인원(12명)과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북대에 이어 전남대(58명), 경북대(56명), 연세대 미래캠퍼스(53명), 충남대(52명), 부산대(47명) 순으로 현역 입대생이 많았다. 모두 작년의 5~10배다. 작년엔 의대생 현역병 입대가 가장 많았던 연세대 서울캠퍼스도 17명이었고, 그다음으로 경북대·한양대(15명), 순천향대·조선대(13명) 순이었다.

최근 수년간 군의관이나 공보의 대신 현역병을 택하는 의대생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였다. 현역병의 복무 기간(육군 18개월)이 군의관·공보의(37~38개월)의 절반 수준인데 급여 등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의정 갈등’이 기름을 부어 1년 만에 현역 입대생이 급증한 것이다.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의대 증원 영향을 크게 받게 된 지방 국립대 학생들 중심으로 ‘의정 갈등이 길어져 언제 수업이 재개될지 모르니 빨리 군에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병역이 최대 관심사다. 요즘 병무청엔 입대 시기를 묻는 전공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병무청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라며 “불과 한 달 전엔 언제 군대 가고 싶은지 묻는 병무청 조사에도 잘 응하지 않던 전공의들이 갑자기 180도 변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만여 명 중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대해야 하는 사람은 3480명이다. 보통 전공의들은 수련 시작 전 ‘의무 사관후보생 수련 서약서’를 쓴다. 이를 통해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가 되면 입대 시 군의관·공보의로 근무하게 되는데,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33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수련 병원에서 사직하면 바로 입영 대상자가 돼 가까운 시일 내 군의관·공보의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직 전공의들은 내년 복귀 결정만 하면 정부가 당연히 전공의 수련 종료까지 입대를 연기해주는 ‘병역 특례’를 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병무청이 전공의 3480명에게 일일이 카카오톡 메시지와 우편을 보내 희망하는 입영 시기를 물었지만, 대부분 답변을 제대로 안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상계엄, 경제 위기 등 대형 사안으로 의대 증원 문제가 정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으로 구심점 없는 정부가 가뜩이나 민감한 병역 특례를 전공의들에게 적용해 주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영장이 나오면 언제든지 입대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공의들이 병무청에 문의하는 일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한지아 의원은 “추후 군의관·공보의 수급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병역 특례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