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일주일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등 동절기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고 건조해져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강해진 가운데 실내에 많은 인원이 밀집하면서 감염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보건 당국은 1월 중순 이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가 동시에 확산하는 ‘트윈데믹’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2월 15~21일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환자는 31.3명이었다. 전주(13.6명) 대비 2.3배로 늘어난 것이다. 질병청은 전국 의료 기관 약 300곳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인데, 38도 이상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면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로 분류한다.
이번 인플루엔자는 특히 7~18세 어린이·청소년에게 빠르게 번지고 있다. 13~18세 환자는 12월 첫 주(1~7일) 1000명당 15.3명이었지만, 2주 만에 74.6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7~12세도 1000명당 13.8명에서 62.4명으로 약 5배가 됐다. 최근 검출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부분 A형으로, 감염되면 보통 기침과 인후통이 나타난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20일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는데, 이달 중하순쯤엔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50~60명 선까지 올라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2020~2023년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겨울철에도 크게 유행하지 않았던 인플루엔자가 올해는 예년과 같은 유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코로나와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등 호흡기 질환과 노로바이러스 감염증도 늘고 있다.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는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뒤 한동안 감소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21일 입원 환자는 66명으로, 전주(46명)보다 20명 늘었다. 팬데믹 당시에는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환자 증가세가 반복됐는데, 지금은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비슷한 유행 추이를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열과 기침, 인후통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인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도 12월 15~21일 496명으로, 3주 전 320명에서 크게 늘었다. RSV는 대부분 자연 회복되지만, 영유아나 60세 이상 고령자는 폐렴 등으로 악화할 수 있어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역시 늘고 있다. 질병청 표본 감시 결과, 11월 말 80명이었던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12월 3주 차에 24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물이나 어패류, 채소류 등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이런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전국 곳곳의 소아과에선 ‘오픈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진료를 빨리 보기 위해 소아과가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는 것이다.
각종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되도록 빨리 맞아야 한다. 손을 꼼꼼히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날씨가 춥더라도 실내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이 따로 없기 때문에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식재료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섭씨 85도 이상으로 충분히 익히는 한편, 칼·도마 등 조리 도구의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