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작년 3월 한 달간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진료비 총액이 1조9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작년 한 해 비급여 진료비는 22조6425억원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상반기 비급여 보고 제도’ 자료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비급여 진료는 정부 통제를 받지 않아 병원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바가지 논란이 많았다. 이에 정부가 작년 3월부터 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항목 1068개를 보고받아 진료비 규모를 처음 집계해 공개한 것이다.

작년 3월 비급여 진료비를 의료기관 종류별로 따져보니 치과 의원이 7414억원(39.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의원(병상 29개 이하)이 4316억원(22.9%), 병원(병상 30개 이상)이 2616억원(13.9%), 한의원이 1417억원(7.5%) 순이었다.

의원·병원에선 도수 치료 진료비가 1208억원(13.0%)으로 압도적 1위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같은 날 발표한 ‘비급여 가격 실태 조사’에서도 도수 치료는 전체 비급여 치료 항목 중 병원별 가격 편차가 가장 컸다. 경실련은 “도수 치료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49만2000원으로, 가장 저렴한 곳과 62.5배 차이가 났다”며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5%가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를 제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비중증·비급여 질환의 실손보험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실손을 자주 청구하는 비중증·비급여 질환에 대해선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지금보다 본인 부담률이 4.5배 오르는 셈이다. 또 고가의 과잉 비급여 치료들에 대해서는 ‘관리 급여’를 신설해 통일된 가격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통증 완화 시술) 등이 관리 급여 항목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아져 병원 입장에선 이런 치료를 권할 유인이 적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