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콧속에서 다수의 미세 플라스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공기 중 미세 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신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의료원은 민현진 이비인후과 교수와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이 중앙대병원에서 코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의 콧속 5개 부위(코털·중비갑개·하비갑개·비인두액·중비강액)에서 수술 직전 표본을 채취한 결과, 총 39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입 안쪽 목과 연결된 부위의 비인두액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이 129개로 가장 많았고, 코 내부의 3층 선반형 구조물 중 가장 아래인 하비갑개에서 93개, 코털에서 86개, 중비갑개에서 51개가 각각 발견됐다. 콧구멍 안쪽 중비강액에서도 31개가 나왔다.
성분은 비닐봉지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과 주로 옷감에 쓰이는 폴리에스터, 접착제로 쓰이는 아크릴 폴리머, 식품 용기 등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컵라면 그릇 성분인 폴리스티렌(PS) 등이었다. 조각의 90.8%는 파편 형태, 9.2%는 섬유 형태였고 크기는 평균 폭 29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였다.
중앙대병원 측은 “사람의 비강 점막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존재 여부가 보고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했다. 이는 공기 중 미세 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서도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8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 공기 1㎥당 평균 7.06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떠 다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로 소화기를 통해 신체에 들어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혈액 등을 떠돈다. 동맥경화 찌꺼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 발생률이 4.53배 더 높다는 이탈리아 연구 결과가 지난해 4월 발표됐다.
플라스틱 덩어리가 용해되거나 광분해돼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토양과 해양에도 존재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염증을 유발하거나 호르몬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