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서울 중구에 사는 최모(57)씨는 지난 6일 생애 첫 도수 치료를 받았다. 정부가 발표를 앞둔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에 도수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다고 하자, ‘혜택이 줄기 전에 싸게 치료받자’며 정형외과를 찾은 것이다. 최씨는 이날 치료비 11만6000원을 내고 평소 통증이 있었던 부위 등을 집중 치료받았다. 다음 날인 7일에도 도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최씨는 “그동안 집에서 마사지 기기를 쓰며 통증을 참아왔는데 앞으로 싸게 도수 치료를 못 받게 될 것 같아 병원 예약을 했다”며 “실손보험 혜택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최대한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준비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엔 도수 치료를 비롯한 비중증·비급여 질환의 실손보험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들어간다. 정부는 9일 공청회를 열고 이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혜택이 축소되기 전까지 비급여 치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직장가의 한 정형외과에는 이번 주 들어 전화 문의와 치료 예약이 20% 정도 늘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온라인 예약을 통한 상담은 보통 하루 5건 정도인데, 문의가 7~8건씩 온다”며 “예컨대 개인 실비 보험과 직장 단체 보험이 있다면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비급여 진료를 받아온 일부 환자들은 보험 혜택 축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허리 디스크 환자인 박모(30)씨는 “실손보험 축소 소식을 듣고 도수 치료 횟수를 늘렸다”며 “매번 10만원 넘는 치료를 받는데 보험 혜택이 줄면 진짜 아파도 치료를 못 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병원경영학회지에 게재된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 연구팀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경험이 외래 의료 이용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보상을 청구해 본 경험이 있는 가입자가 그렇지 않은 가입자에 비해 병원을 더 많이 갈 뿐 아니라, 외래 진료 때 의료비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을 청구한 적이 있는 가입자는 그렇지 않은 가입자에 비해 외래 진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2.86배였고, 외래 지출 금액 역시 4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