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교육·복지장관 -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보건복지부 합동 브리핑에 앞서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개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 부총리는 전공의 복귀 등을 위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뉴시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해 논의해 나간다면 2026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0)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학생이 지난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학교의 현장 교육 여건까지 감안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2000명 증원으로 5058명이 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10일 교육부·보건복지부 등 사회 분야 부처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 문제로 고민했을 교수님과 의대생 여러분에게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분들을 설득하고 협의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의료계도 국민을 위해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는 의료 개혁 논의와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사직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도 적용하기로 했다. ‘사직 시 1년 내 복귀 제한’ 규정을 풀어 사직 전 수련 병원·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수련을 마친 뒤 군의관·공중보건의로 입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등 미복귀 시 처단’이 언급된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선 의료계에 사과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포고령 내용은 정부 방침과 전혀 다르다”며 “상처받은 전공의와 의료진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사직 전공의 복귀 제한 풀고, 입대 미뤄주기로

정부는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부처 업무 보고 발언에 이어 이주호 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합동 브리핑까지 열어 전공의 복귀와 의정 대화를 호소했다. 특히 작년 대다수 의대생이 휴학한 점과 의대별 교육 여건까지 감안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며 “교육도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해온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더 물러선 것이다. 의정 갈등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피로도가 커졌고, 대입 일정상 다음 달까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출구 전략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2026학년도 정원이 기존(3058명)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특정한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교육 여건과 각 학교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충분히 고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도 적용하겠다고 했다. 현행 규정상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내엔 같은 과·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올 3월에 원래 몸담았던 수련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특례를 적용해 돌아올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수련을 다 마친 뒤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보통 전공의는 수련 시작 전 ‘의무 사관후보생 수련 서약서’를 쓴다. 사직할 경우엔 가까운 시일 내 군의관·공보의로 입대하는 것이 원칙인데, 현재 사직 전공의 중 의무 사관후보생이 3000여 명에 달해 입영 가능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복귀 시 수련 종료까지 입대를 연기해주겠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해 준 것이다.

이 부총리는 이런 조치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는,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했다. 조 장관도 “정부가 자꾸 흔들리면서 계속 후퇴만 한다는 비판은 감수하겠다”면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 대상은 지난해 사직 전공의(1만2187명) 중 올 1~2월 진행되는 모집을 통해 사직 전 수련 중이던 병원·과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이다.

이날 정부 조치에도 전공의들이 얼마나 마음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작년 하반기에도 정부가 ‘수련 특례’ 카드를 꺼내 복귀를 유도했지만, 전공의 모집 대비 지원율은 1.4%에 그쳤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전공의 7대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다. 민감한 군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입영 연기 조치에 일부는 복귀를 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지만, 의료계도 아무런 해법을 못 찾으면서 의정 사태가 너무 길어졌다”며 “계엄 사태로 복귀할 마음을 접었던 전공의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의학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 6062억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작년 휴학한 2024학년도 신입생과 2025학년도 신입생을 합쳐 7500여 명이 함께 공부하게 되더라도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