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황설매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당신은 천국에 갔을 거라고 생각해.”

뇌사 상태였던 재외동포 황설매(54)씨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나자, 남편 이대원씨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내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기증원 측은 지난해 11월 28일 황씨가 전북 전주 예수병원에서 심장, 폐, 신장(좌우)을 4명에게 기증한 후 숨졌다고 13일 밝혔다. 황씨는 같은 달 19일 머리가 아프다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빠졌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황씨는 활발하고 배려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에 다니다가 24세에 한국으로 와 식당 일을 시작했다. 30세에 결혼한 후에는 아침을 굶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등교 시간 전 새벽에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일을 했다. 낮에는 교회 일과 봉사 활동을 했다.

황씨는 생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족은 이런 황씨의 뜻을 이어가고자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황씨는 인체 조직 기증으로 100여 환자에게 새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인체 조직 기증이란 뼈, 연골, 근막, 피부, 혈관 등을 기증하는 것이다.

남편 이씨는 편지에서 “갑작스럽게 떠나서 식구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게”라며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잘 지내고 있어. 고맙고 사랑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