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 당국이 감염병에 대한 예측과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올해부터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감염병 증상이 있다면 일부 국제 공항에서 검사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21일 질병관리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질병청은 감염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감시 체계를 보완키로 했다. 질병청은 현재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00곳을 대상으로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얼마나 나오는 지 감시하고 있다. 이날 지영미 질병청장은 “표본 감시 대상 의료기관을 현행 300곳에서 최대 1000곳까지 늘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질병청은 지난해 기준 전국 97개 하수처리장에서 생활하수에 섞인 각종 감염병의 병원체 검출을 분석하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도 운영 중이다. 앞으로는 감시 지점과 병원체 종류를 늘리기로 했다.
질병청은 감염병 유행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하는 체계인 ‘한국형 감염병 예측 허브(HUB)’를 올해 하반기부터 질병데이터과학분석관 산하에 시범 운영한다. 코로나 기간에 질병청 내·외부 전문가들이 협력해 코로나 유행 상황 관측을 내놓았던 것처럼, 앞으로 여러 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예측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감염병이 시간·공간에 따라 어떻게 전파될지 미리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감염병 발생국 관련 정보와 예방 접종 정보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여행건강알림e’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해외여행 전 단계부터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검역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또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독감, 코로나 등 특정 감염병 증상이 있다면 공항에서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해당 사업은 김포·제주 국제공항에서 우선 실시할 전망이다.
앞으로 백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받는 영아와 3기(29~40주) 임신부 등은 요양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남편이 백일해에 걸렸을 때, 임신부 아내가 아직 백일해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전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받는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들에 대한 ‘노쇠’ 예방 관리 전략도 세우기로 했다. 최종희 질병청 만성질환관리국장은 “우리나라 노인 중 8% 정도는 노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1000만명 중 80만명은 근육이 감소했거나 인지 능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질병청은 노인들의 노쇠 예방을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오는 24일 시행되는 ‘손상예방법’에 따라, 중앙손상관리센터도 설립한다. 지 청장은 “손상은 우리나라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로 굉장히 중요한 분야”라며 “올해 내 중앙손상관리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1차(2026~2030년) 손상 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자 공청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감염병 외에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오는 5월 공개할 방침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15개 정부 기관에 38개 시스템이 분산 운영 중이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시도별 온열 질환 발생 위험 등급을 제공해 이상 기후 등 기후 변화에 대응키로 했다. 오진희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관은 “기상청과 협력해 앞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해 예보하는 대국민 서비스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했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mRNA 백신 기술도 확보하기로 했다. 올해는 관련 비(非)임상 과제 4건과 임상 1상 과제 2건을 추진한다. 메르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감염병 항체를 개발하는 체계도 올 상반기 중 확보하는 것이 방역당국의 목표다.
지 청장은 “2025년에도 감염병뿐 아니라 만성질환과 다양한 건강 위해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