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소설가

확진자가 다시 300명을 넘었다는 문자를 받은 날, 친구의 SNS에서 1년 전 오늘 내 추억 보기를 보았다. 그저 평범하고 당연한 ‘마스크 없는’ 날들이었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로 시작하는 광고를 유튜브에서 봤다. 우리가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여행이 우리를 떠난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는 아시아나항공의 광고였다.

광고는 ‘현대의 시’로, 짧은 언어와 영상으로 시대를 증언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재치 있는 패러디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며칠 전, 모나리자가 마스크를 쓴 채 파마를 하는 그림을 봤는데 미용실의 광고판이었다.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인어 세이렌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확진자가 수십 명 발생했던 파주 스타벅스 직원들의 무감염이 마스크 때문이라니, 지금은 마스크가 가장 확실한 백신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공익광고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 열두 제자는 떠나고 홀로 남아 마스크를 착용한 예수님 앞에는 1인분 식사가 놓여있다. 늘 바깥으로 나가라고 광고하던 오프로드 자동차 브랜드 Jeep 역시 ‘지금은 위대한 실내를 탐험할 시간이다(it’s time to explore the great indoors)’라며 집에 머무르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카카오도 포털 ‘Daum’ 로고의 글자 간격을 띄우고 “우리 다음에 보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가장 좋은 건 대부분 공짜였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푸른 하늘, 평범한 일상들. 하지만 당연하다고 느끼는 순간 고마움은 사라진다. 우리는 그것이 떠난 뒤에야 깨닫는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늘 늦다. 내게 여행은 끝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자주 썼었다. 여행은 늘 내게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도돌이표였다. 떠난 여행이 돌아오듯 2020년을 사는 우리 역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