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진(晉)나라 때 어떤 사람이 은호(殷浩)에게 물었다. “어째서 벼슬을 얻게 될 때는 관이 꿈에 보이고, 재물을 얻으려 할 때는 똥이 꿈에 나오는 걸까요?(何以將得位而夢棺器, 將得財而夢矢穢.)” 은호가 대답했다. “벼슬이란 본래 썩은 냄새인지라 얻으려 할 때 관 속의 시체를 꿈꾸고, 재물이란 본시 썩은 흙과 같아, 얻게 될 때 더러운 것이 꿈에 보이는 것일세.(官本是臭腐, 所以將得而夢棺屍. 財本是糞土, 所以將得而夢穢汚.)” ‘세설신어’에 나온다.

강항(姜沆‧1567~1618)이 벗 권제(權霽)의 청몽당(淸夢堂)에 놀러 갔다가, 기문(記文) 부탁을 받았다. 청몽(淸夢)의 뜻을 묻자 권제가 말했다. “벼슬은 썩은 냄새로 꿈에 관을 본 자는 벼슬을 얻고, 재물은 썩은 흙이라 꿈에 똥을 본 자는 재물을 얻는다고 했네. 나는 썩은 냄새나 썩은 흙을 꿈꾸지 않네. 속담에 낮에 한 바가 밤에 꿈에 나온다고 하지. 마음으로 생각한 것이 꿈에 보인 것이라네. 나는 하는 일이 없고, 생각하는 바가 없으니, 꿈꾸는 것이 낮에 하던 일이요 생각하던 바일세. 이 집에서 내 꿈을 얻는 사람은 맑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야. 그래서 내가 이 이름을 지었다네.(官本臭腐, 故夢棺者得官. 財本糞土, 故夢糞者得財. 吾不夢臭腐也, 吾不夢糞土也. 里諺曰: ‘晝之所爲, 夜之所夢.’ 心之所思, 夢之所見. 吾無所爲, 吾無所思. 所夢卽所爲也, 所夢卽所思也. 吾之夢於吾堂者, 未嘗不淸. 故吾有是名.)” 강항이 감탄하며 ‘그대의 집에서 그대와 같은 꿈을 꾸고 싶다’는 뜻을 담아 ‘청몽당기(淸夢堂記)’를 지어주었다.

이의현(李宜顯‧1669~1745)이 한마디를 더 보탠다. “재물은 썩은 흙이요, 관직은 부패한 냄새다. 온 세상은 어지러이 온 힘을 다해 이것만을 구하니 슬퍼할 만하다. 탐욕스럽고 더러운 방법으로 갑작스레 부자가 되거나, 바쁘게 내달려 출세해서, 건너뛰어 높은 자리에 오른 자는 모두 오래 못 가서 몸이 죽거나 자손이 요절하고 만다. 절대로 편안하게 이를 누리는 경우란 없다.(貨財糞土也, 官職臭腐也. 而擧世攘攘, 竭氣而求之, 其亦可哀也已. 然苟其貪汚鄙瑣, 猝成富家, 奔走進取, 躐致高位者, 皆未久身死, 否則子孫夭殞, 絶無安享之者.)” 등골이 오싹해지는 섬뜩한 말이다. ‘운양만록(雲陽漫錄)’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