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소설가

태국의 한 예술가가 자가 격리 중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봤다. 플라스틱 용기와 물병이 방에 가득한 사진이었다. 코로나는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나도 10년 만에 처음 음식을 배달시켰는데,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았다.

찰스 무어가 1997년 발견한 북태평양의 거대한 섬이 있다. 일명 쓰레기 섬인 이곳 크기는 대한민국의 14배 정도다. 발견 20년 후인 2017년에 플라스틱 오션재단은 쓰레기 섬을 한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쓰레기 섬은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정부를 수립하고 국경을 정해 국민을 모집하였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이 섬 첫 번째 국민이 되었고,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 상관 역을 했던 주디 덴치는 쓰레기 섬의 여왕으로 임명됐다. 그렇게 온라인으로 20만명이 넘는 국민이 모였고, 국기와 화폐, 여권 등도 만들었다. 구글맵에는 보이지 않는 이 플라스틱 섬은 영토를 확장 중이다.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우리는 저렴한 티셔츠 정도는 쉽게 사고 버린다. ‘물건 이야기’라는 책에 따르면 이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폐수가 970L 발생한다. 유통 과정에서 티셔츠 한 장당 배출되는 탄소는 4kg에 달한다. 알다시피 티셔츠 가격에는 오염된 환경 정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상품의 최종 소비자가 아닌, 사회 전체가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구조다.

전 세계 인구의 5%가 자원의 30%를 소비하고, 폐기물의 30%를 배출한다.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매주 한 사람당 미세 플라스틱 5g을 섭취한다. 5g은 대략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다. 하늘에는 미세 먼지, 바다에는 미세 플라스틱, 땅에는 코로나인가. 2020년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제 지구인들은 환경의 역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