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이덕훈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이라는 곳은 주지하다시피 대치동과 쌍벽을 이루는 교육 메카다. 이 사실을 몸으로 증명해 준 인물이 있으니 바로 목동에 거주하는 양천갑 황희 의원이다. 생활비 월 60만원 쓰면서 자식은 4200만원짜리 외국인학교에 보내다니, 역시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 않는 목동 주민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목동에 사는 학부모로서 아이 교육비라고는 미술 학원 12만원, 영어 학원 20만원 쓰는 게 전부인 주제에 생활비는 수백만원씩 써 젖히는 주부로서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의원 사모님께서는 머리도 집에서 손수 자르신다는데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인 나는 동네 미용실에서 만오천원이나 주고 자르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고 있지 않는가? 국회의원도 애 교육에 투자하느라 저렇게 생활비 60만원만 쓰고 살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도대체 국회 근처도 못 가본 나는 인생을 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내 주변의 어떤 목동 주민은 초선 때와는 몰라보게 후덕해진 황희 의원의 신수를 두고 평하기를 ‘얼마나 잘 먹었으면 저리 살이 쪘는가’ 하고 비판하던데 그것은 음해라고 항변하고 싶다. 못 먹어서 부은 것이지 결코 살찐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대체 생활비 60만원으로 뭐 그리 잘 먹고 살이 퉁퉁 쪘겠는가? 명절에 들어온 고기로 1년을 산다는데 고깃국에서 어디 고기 맛이나 나겠는가? 그가 온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 간 것도 평소 못 먹던 고기 한번 원 없이 먹어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에 불과하다. 스페인 돼지고기가 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니던가?

또한 혹자는 도시계획을 공부한 황희 의원이 도대체 왜 하등 상관없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느냐고 비판하는데, 나는 그의 지역구 주민으로서 그것은 ‘황알못’(황희를 알지 못하는 자)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단언하겠다.

/일러스트=이철원

황희 의원은 일찍이 2017년에 목동 KT체임버홀에서 열린 ‘송년 행복 콘서트’에서 장기를 뽐낸 바 있으며, 또한 2018년에는 양천갑 지역위원회 핵심 당원 단합 대회에서 리쌍의 ‘발레리노’를 완벽하게 선보인 바 있다. ‘쇼미더머니’ 전 시즌 애청자로서 그의 화려한 래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대단한 실력이었다. 황희가 쇼미더머니에 나갔다면 반드시 그는 합격 목걸이를 걸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평소 집에서 황희 의원을 ‘MC 황희’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다. 한국 힙합계는 이런 인재를 정계에 빼앗긴 것을 통탄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문화가 아니면 무엇이 문화란 말인가? 이토록 문화체육부 장관에 어울리는 인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이토록 알뜰하고 자식 사랑 넘치고 문화에도 관심 많은 내 지역구 의원이 영광스럽게도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된다니 주민으로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혹 반대하는 양천구 주민이 있다면 아마도 ‘토착 왜구’임이 강력하게 의심되므로 5대조 할아버지까지 호적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의원 본인이 양천구의 시급한 현안인 재건축 진행에 힘쓰겠다고 공언하여 당선돼 놓고는 그의 보좌관이 목동 단지 소유주 단체 카톡방에 침투해 소유주인 척 가장하여 ‘소유주들이 다 재건축에 환장한 줄 아느냐!’고 일갈한 것 따위는 소소한 일에 불과하다.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지역구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담겼던 블로그 글들을 아예 통으로 ‘삭튀’(삭제하고 튐)한 일 따위도 큰일이 아니다. 모 단지가 재건축 1차 안전 진단 통과했을 때 ‘끝까지 단지와 함께하겠다’고 본인이 통과시킨 양 자랑스럽게 현수막 붙여 놓고는 2차 안전 진단 떨어진 후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도 까짓것 별일 아니다. 문화체육부 장관이라는 영광에 비하면!

마음 같아서는 사비를 털어 축하 현수막이라도 붙이고 싶으나 나도 앞으로 그를 본받아 생활비 절약에 힘써볼 예정이므로 지면으로 갈음하겠다. [(축) 지역 현안에 힘쓰겠다던 양천갑 황희 의원 문화체육부 장관 취임—목동 주민 일동] 이 자리를 빌려 당당히 외치겠다. 나는 황희 의원의 지역구 주민임이 무척 자랑스럽다!

덧붙임: 물론 나는 황희 안 뽑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