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수도권에 새로운 방역지침이 내려졌다. ‘오이육 만사육’이다. 즉, 오찬(점심)은 접종완료자 2명 포함 6명까지 가능, 만찬(저녁식사)는 접종 완료자 4인이 포함되면 6인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점심과 저녁 ‘6인 규정’은 같지만, 접종완료자 숫자가 다르다. 정부는 ‘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국민들 반응이다. ‘근거가 뭐냐’ 묻는 대신 ‘점심에 두 명이냐, 네 명이냐” “1차 지나고 며칠이라고?” 규칙 외우기에 급급하다. ‘조삼모사 원숭이’를 보고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한민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 자랑

“1차 접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70%에 다가가고 있고, 접종 완료율도 40%를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가.장.빠.른.접.종.속.도.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같은 이야기로 ‘세뇌’하지 않았으면 못할 말이다.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 접종률이 늘 하위권이었으며, 특히 지난 8월 8일에는 결국 OECD 38개 회원국 중 38등으로 꼴찌였다는 이야기는 빼먹었다. “그래도 이후 놀라운 속도로 5등이나 뛰어서 지난주 33위가 됐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권력이 총칼로 사람을 잡아넣는 건 하수다. ‘행동’을 컨트롤해야 한다. 통행금지는 대표적인 통제 수단이었다. 통제수단은 역으로 ‘유화책’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해방이후 처음으로 통금이 폐지(1982)되고 조건부 해외자유화(1983)가 시행됐다. 새벽 0~4시에 무슨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금지가 사라졌다’는 걸 반겼다. 한달 월급 털어도 비행기표 사기 어려웠지만, ‘나갈 수도 있겠다’는 환상이 지지율을 높였다.

‘1인집회’만 가능한 서울, 1000명 실내도 가능한 캘리포니아

한용운의 시구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처럼 기이한 ‘의존’도 생겨난다. “시골집 가기 싫은데, 정부가 추석에 모이지 말라고 빨리 말해주면 좋겠다” “가족집합금지 명령을 내려야 시댁에 안갈텐데.” ' 저 못가요’ 대신 ‘나라에서 가지 말래요’가 편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난 설 연휴에도 ‘정부가 핵심지지층인 3040 여성들 마음을 헤아려 가족 모임 금지해줬다’는 믿지 못할 소문이 돌았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70%에 다가간다”며 방역 정책 완화를 시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접종률은 77.4%다. 물론 한국과 ‘퀄리티’가 다르다. 2차 완료 67.2%, 1차완료가 10.2%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낙관주의’로 보면 큰 차이없다. 이제 선진국 수준의 집합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때도 됐다. 캘리포니아 주 방역 기준을 보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1000명이상 실내행사에서는 백신접종 증명서나 코로나 음성확인서 제출의무화”라 적혀있다. 몇백명 집회가 가능하고, 1000명 이상 집회도 방역증명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접종률 70% 의 ‘접종선진국’, 시위로 정권도 바꾼 ‘시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1인 시위’(수도권) ‘49인 이하 제한’(3단계지역)식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이처럼 오래 유예해서야 되겠나. 대통령이 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속도’를 한번 믿어보고 ‘집회 규정’도 손질했으면 좋겠다. 민노총만 봐주고 태극기는 압박한다는 ‘누명’에서 벗어날 좋은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