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명의 인구, 9000만 명 이상의 공산당원이 이끄는 중국에는 ‘비밀’이 많다. 전제주의적인 틀에 따르는 통치방식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뉴스를 읽기도 따라서 어렵다. 오래 쌓이고 다져진 결을 찾아 시사의 흐름을 좇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요소, 뉴스 영역의 흐름을 잘 겹쳐야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미국과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중국이다. 국제정치의 큰 변수로 등장해 세계의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뉴스를 제대로 읽어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中 산업의 엔진·원동력 ‘상하이’... 코로나로 ‘빨간 불’
땅을 품은 권력자가 머무는 곳이 베이징(北京)이라면, 바다를 꿈꾸는 사람이 모이는 곳은 상하이(上海)다. 둘은 ‘정치 수도’와 ‘경제 수도’라는 특징으로 중국의 얼굴을 형성한다. 문화적으로는 정치권력에 민감한 베이징이 경파(京派), 상하이는 개방성이 아주 강한 해파(海派)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로써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 인문의 남북(南北)을 각각 대표하는 선두 주자다. 더 멀리로는 사실주의적이며 딱딱하고 건조한 풍의 고전 북방문학 상징인 ‘시경(詩經)’이 지금의 베이징을, 환상적이며 몽유(夢遊))의 냄새를 풍기는 옛 남방문학 백미인 ‘초사(楚辭)’가 현재의 상하이를 뒷받침한다.
오늘은 상하이 이야기다. 6300㎞의 길고 긴 장강(長江)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있는 이 도시는 중국 문명사에서 가장 뚜렷한 획을 그었던 ‘사건’의 주역이 태어난 곳이다. 바로 서광계(徐光啟)다. 물리, 수학 등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서광계는 타고 태어난 지적인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당시 중국에 왔던 야소회(耶蘇會) 선교사 마테오리치를 찾아간다.
선교사의 개종(改宗) 요구까지 받아들이며 그가 해내고자 했던 작업은 ‘기하학(幾何學)’의 한역(漢譯)이었다. 그를 완성함으로써 서광계는 대수(代數)의 ‘평면적’ 수리(數理)에만 골몰했던 중국의 수학사(數學史)에 ‘입체적’ 공간을 덧댄다. 이는 중국 문명사의 일대 전환에 해당하는 걸음이기도 했다.
그 상하이가 지금 끙끙 앓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를 풍미하던 코로나19가 다시 중국으로 복귀해 여기저기서 창궐하고 있다. 베이징에도 일찌감치 코로나19의 변종이 닥쳐 고역을 치렀다. 동북부 랴오닝(遼寧), 지린(吉林)을 비롯해 남단의 광둥(廣東)과 광시(廣西) 등 곳곳이 오미크론 확산 세 앞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인구 2500만 명의 상하이에 그 오미크론이 들판을 태우는 불길처럼 번지는 중이다. 하루 1만 3000명 정도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매우 위급하다. 이곳이 평범한 중국의 대도시 같지가 않아서다. 우선 이곳은 중국 산업의 핵심 중추에 해당한다.
IT와 정보통신 산업을 제외한 일반 전자, 철강, 화학 등 중국 제조업의 바탕을 이루는 산업 기반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장강 삼각주 일대에 집중해 있다.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실제 이곳의 강력한 중국 산업 엔진이 가동을 멈추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급격한 하강의 추세에 놓인 중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상하이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3200억 위안(약 734조 원)으로 중국 전체 GDP의 4%를 차지한다. 세수(稅收)는 1조 8700억 위안(약 318조 원)으로 전체 중국의 약 10%에 이른다. 특히 상하이 인근의 쑤저우(蘇州) 등 이른바 ‘장강 삼각주’ 경제 벨트는 중국 산업의 엔진이자 원동력에 해당하는 곳이라 상하이에서 번진 오미크론이 다시 이곳에 확산할 경우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하다. 더구나 상하이는 중국 제1 금융도시에 해당한다.
산업과 금융, 증권 등 모든 경제 영역에서 상하이의 비중은 아주 높다. 따라서 상하이는 집권 공산당의 통치 차원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10월쯤으로 예상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이번 상하이의 코로나 확산 추이와 관련이 깊다.
◇'영구 집권’ 노리는 시진핑, 가능할까
이 당 대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현 공산당 총서기의 연임(連任)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공산당 총서기 1회 연임(임기 5년, 총합 10년)을 넘어 영구 집권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매우 순탄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 하강, 미국과의 갈등 등 여러 변수들이 생겼다. 상하이의 코로나 확산은 이런 변수를 아주 더 크게 증폭하는 심각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그의 최측근에 해당하는 리창(李强) 현 상하이 권력 서열 1위인 당서기의 문책에 이은 낙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 발생 이후 거듭 이어진 실기(失機)와 실책(失策) 때문이다. 특히 현지 관료 체계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에 모두 실패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며 차기 시진핑 권력 구도의 기반 다지기에도 큰 차질을 부를 전망이다. 그는 당초 올해 말 20차 당 대회를 통해 권력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인물이었다. 이와 함께 주목할 점이 또 있다. 코로나 발생 지역에 대한 무조건 식의 봉쇄와 격리를 진행해 온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淸零)’ 정책은 시진핑 총서기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코로나가 최초 발생했던 후베이(湖北) 우한(武漢)의 첫 봉쇄(2020년 1월)에 이어 산시(陝西) 시안(西安 2021년 12월)의 대규모 봉쇄, 급기야 ‘경제 수도’인 상하이도 이미 큰 확산 세에 접어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던 시진핑의 리더십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따라서 이번 상하이 코로나19 확산은 시진핑 최측근의 낙마와 차기 권력 구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요소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이로써 중국 경제와 산업이 더욱 큰 하강세를 그릴 경우 시진핑의 연임 자체가 심각한 토론과 시비(是非)의 대상으로 오를 분위기다.
상하이에 올라선 거대한 바다 폭풍이 땅의 권력자들을 크게 위협하는 국면이다. 마치 약 1800년 전 내륙의 깊숙한 쓰촨(四川) 땅에 촉한(蜀漢)의 깃발을 꼽고 권력을 유지했던 유비(劉備)가 해안가를 근거지로 둔 오(吳)나라 장수 육손(陸遜)의 공격에 말려 결국 목숨을 잃었던 장면과 흡사하다. 그 오나라 장수 육손도 지금 상하이에 봉지(封地)를 둔 적이 있어 ‘기하학’의 서광계와 더불어 상하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