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를 충원하는 방식은 2가지이다. 종이 시험지로 시험을 봐서 선발하는 방식이 있고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면서 지도자로 올라서는 방식이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전쟁을 통해서 국가 지도자로 등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귀족 신분은 세습되지만, 세습 가지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직접 전쟁에 나가서 승리를 쟁취하였을 때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는다.

일본도 칼부림으로 인재를 충원하였다. 사무라이가 지배 엘리트였다. 일본에는 종이로 시험을 보는 과거제도가 없었다. 무사, 승려, 의사 계급 다음 서열이 사(士) 계급이었던 것이다. 사(士)는 무사의 가정교사를 하거나 서기(書記) 정도의 일을 하는 신분이었다. 일본은 과거제도가 없었다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사회적인 특징이었다. 사회의 결이 달랐던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공통점은 바로 과거제도였고, 이는 유교 성리학이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OECD가 지적한 한국의 특징이 ‘황금 티켓 신드롬’이다. 명문대 졸업장과 고시 합격 그리고 공무원 시험이 황금 티켓에 해당한다. 종이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시스템이다. 고려 광종대부터 시작된 과거제도와 조선 시대 문과 급제자가 누렸던 출세의 전통이 21세기 황금 티켓으로까지 이어졌다.

종이 시험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황금 티켓 사회의 최대 약점은 전쟁 상황이다. 만약 푸틴이 핵 버튼을 누른다면 유럽은 타격이 클 것이고, 그 파급 효과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까지 미칠 것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안 난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가. 핵 버튼을 눌러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된다면 유럽 문명은 쇠퇴하고 한국, 일본, 중국, 인도가 주도권을 잡는다는 예언이 황백전환론(黃白轉換論)이다. 80년대 초반 계룡산파의 장문인이었던 봉우 권태훈 선생이 주장하던 예언이었다.

난세를 닥치니 이순신 장군이 생각난다. 문과 급제자로서 한 급 아래였던 무과의 이순신 밑으로 들어갔던 인물 반곡(盤谷) 정경달(丁景達,1542-1602) 선생도 생각난다. 환상적인 문무(文武) 콤비였다. 선조 면전에 대놓고 ‘이순신을 죽이면 전쟁에 진다’고 직언하였다. 문과 출신이었던 전라도의 현감, 군수들이 무과 출신인 이순신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고 하자 정경달이 중재를 하여 이순신의 지휘를 받게 하였다. 전라도의 둔전(屯田)을 작동시켜 이순신에게 군량미를 댔다. 동인, 서인을 생각하고 무과에 주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