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건배하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 경쟁이 시작됐다. 이번 대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갖고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반도 함께 이끈다.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친윤과 비윤의 거물들이 앞다퉈 경선에 뛰어들면서 신경전도 치열하다.

당 지도부가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고 결선 투표를 도입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친윤(親尹)계는 “당원이 당대표를 뽑는 게 당연하다”고 했지만, 비윤계는 “친윤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골대 옮기기”라고 반발했다. 룰 개정으로 인해 경선 판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친윤 후보 간 경쟁은 더 격해지고, 비윤(非尹) 진영에선 ‘역(逆)연대론’이 나온다. 윤심(尹心)과 수도권, 2040의 선택이 가장 큰 변수다.

◇격해지는 친윤 내전, 용산만 본다

친윤의 선발 주자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당권을 향해 뛰었다. 특정 계보가 없던 그는 ‘김·장 연대’를 앞세운다. 친윤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한 몸으로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김장을 잘 담그겠다”고 했고, 장 의원은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당내 최대 친윤 모임인 ‘국민공감’ 의원 상당수도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대통령과 만났고, 영남 지역 친윤 모임에 수시로 참석하고 있다.

그는 공천권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하면서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국민공감’의 핵심 의원은 “윤심과 친윤은 결국 김기현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나·기·원 연대설’도 나온다. 나경원·김기현·장제원이 함께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 전 의원과 잘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세다. 오래 뛰었지만 지지율은 선두권에 뒤진다. 윤심을 받더라도 당선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찐윤’(진정한 친윤) 후보를 자처한다. 윤 대통령의 어릴 적 친구이자 대선을 이끈 최고 공신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총선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대선 캠프 출신 상당수도 그를 지지한다. 친윤 핵심 의원은 “올해 김장은 맛이 없다”며 “김기현이 친윤 대표 주자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권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를 노출하고 대야 협상에서 실패하는 등 수차례 실수를 한 점이 발목을 잡는다. 당원 지지율도 낮다. 김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거듭된 실책으로 스스로 물러난 분”이라며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했다. 한 친윤 의원은 “국민 비호감도가 큰데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도 선두권이다.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 여당 의원은 “경선에 나가 확실히 이길 후보는 나경원”이라며 “윤심도 결국 이길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고 있다. 친윤 핵심 인사는 “윤 대통령이 장관급 감투를 준 것은 당대표에 나가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라며 “대통령 허락 없이는 출마하기 힘들다”고 했다.

◇尹에 러브콜 안철수 “수도권 책임진다”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총선 과반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서 50~70석을 얻어야 한다”면서 “내가 그걸 해내겠다”고 했다. 그는 인수위원장으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자신이 왜 비윤이냐고 반문한다. 대통령에 대한 러브콜로 당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친윤 성향의 현역 의원은 “수도권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총선에서 자신들을 당선시켜 줄 사람이 누구냐를 보고 있다”며 “지금 친윤 후보들로는 힘들고 안 의원이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차기 대선을 향한 자기 정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친윤 인사는 “안 의원에게 공천을 맡길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도 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했다.

여권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차출설도 나온다. 특히 원 장관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강단 있게 대응해 민노총의 항서를 받아냈다.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여권 핵심 인사는 “김기현·권성동 카드가 어필하지 못하면 원 장관이 유승민·안철수 대항마로 대타 출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직 장관이 나서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친윤 핵심부에서 원 장관에 대한 비토 기류도 없지 않다. 권영세 장관은 “장관들은 윤 대통령이 ‘오케이’해야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MZ 당심이 이변 낳을 수도

결국 윤심이 가장 큰 변수다. 친윤 의원들은 모두 용산을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누굴 지목하는지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의원은 “후보들이 저마다 낙점을 받았다고 하지만 아직 윤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도 낸 적이 없다”며 “2월에야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친윤 후보들이 각자 뛴 뒤 그 결과를 보고 윤심이 정해질 것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이 끝까지 침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윤 의원은 “어차피 결선 투표엔 친윤과 비윤 후보가 한 명씩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 자연스럽게 윤심이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수도권과 2040 당원들의 표심이다. 2040 비율은 1년 사이 27%에서 33%로 늘어났고, 수도권 당원도 30%에서 37%로 급증했다. 반면 영남은 55%에서 40%로 크게 줄었다. 과거엔 영남과 60대 이상이 결과를 좌우했지만 이젠 젊은 수도권 표심이 이변을 낳을 수 있다. 복수의 의원들은 “의원들이 오더를 내린다고 따르는 당원이 많지 않다”며 “수도권 MZ 세대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도전 정신” 출마 의지, ‘非尹 연대’ 뜰까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룰 개정에 거세게 반대해 왔다. ‘당원 70%, 여론조사 30%’를 ‘당원 100%’로 바꾼 것은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실제 비윤 진영은 ‘유승민과 비윤 후보 배제 룰’로 받아들였다.

“룰 개정으로 유승민 당선 가능성은 0%가 됐다”며 그의 출마 포기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22일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오히려 제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룰 변경이 출마 의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당대표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최근엔 도를 넘는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과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의 분노와 반발을 샀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2위 안에 들기도 힘들지만, 결선 투표에서 친윤 후보를 꺾는 건 더 힘든 일로 받아들여졌다. 저조한 성적으로 떨어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그는 명분을 중시한다”며 “어차피 불리한 싸움이니 밑질 것 없다고 보고 한판 붙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럴 경우 비윤 표를 놓고 안철수 의원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결선 투표에 두 사람 중 한 명이 올라갈 경우 막판 ‘비윤 연대’ 가능성도 있다. 당 운영과 공천에서 협력을 전제로 서로를 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비윤 의원은 “두 사람은 케미가 맞지 않아 함께 가기 쉽지 않다”면서도 “지지 선언 수준의 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