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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한상의와 일본상의가 ‘제12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부산 시그니엘호텔에서 열었다. 인대 끊어진 한국 최태원 회장 참석도 화제고 12년 만에 열린 두 나라 기업인 회동도 화제였지만, 일본 고바야시 켄 회장이 한 인사말에 섬뜩한 부분이 있었다. 고바야시 회장이 덕담으로 던진 관광객 숫자다.

“인적 교류의 확대도 중요한 테마인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외에서 오신 방일 관광객 중 약 30%가 되는 206만 7000명이 한국에서 오셨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신 관광객 중 약 20%가 되는 48만 1000명이 일본에서 왔다.”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게 그만큼 관심이 많고 교류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저 숫자들을 뒤집어보면 무섭다. 4월까지 일본 방문객은 700만에 달했고 한국 방문객은 200만 갓 넘었다는 뜻이다.

일본관광교류협회와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찾아보니 사실이다. 2023년 3월까지 누적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일본이 479만명이고 한국은 171만명이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 통계가 없어서 비교 못했다.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KO패다. 세련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고물가와 언어 장벽으로 일본은 늘 관광수지 적자였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한국 관광산업이 욱일승천할 때 일본은 늘 한국에 밀렸다. 양국 방문 외국인 숫자는 언제나 한국이 절대적인 우위였다.

그런데 아베 정부 때 작심을 하고 ‘한국한테 밀려야 되겠냐’면서 온갖 관광산업 진흥책을 내놨고 실천했다. 호텔 수를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 인센티브를 늘리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관광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실천했다.

위 숫자가 그 결과다. 2015년 양국 방문객 수가 역전된 이래 한일 교류 경색과 코로나 정국 따위를 거친 뒤 정신을 차려보니 2023년에 저런 소름끼치는 역전극이 나왔다. 코로나 때 일본이 에도시대보다 더 쇄국한다고 온 세계가 비난하지 않았던가. 나라 문을 열고 보니 그 사이에 이런 결과가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왜 한 나라는 작심하고 거국일치로 식산흥국했는데 한 나라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그나마 잘 나가던 산업을 이따위로 버려놨는가. 대한민국은 기존에 쌓아놓은 곡식만 갉아먹다가 텅 빈 창고 열쇠만 쥐게 되었다. 관광업계와 당국이 옛 영화에 취해 있는 사이에 한류가 왕성하게 세계로 퍼져나가며 그 팬들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한류가 짊어진 무거운 짐은 한국사람조차 질겁하는 바가지와 불친절에 언제 한국 관광을 추락시킬지 모른다. 한류가 시들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버릴 한국이 보인다.

고바야시 회장은 덕담을 던졌다. 한국 관광업계와 관광정책기관에겐 대오각성하라는 토르의 망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