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갑자기 봄이랄까. 날씨가 좋아 사무실 근처 부암동을 산책하다 보니 ‘청계천 발원지’라는 표지석이 눈에 띄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의 발원지가 이 근처라니.’ 신기해서 좀 더 알아 보니 이곳을 포함해 몇 군데 발원지에서 청계천으로 합류해 흐른다고 한다. 광화문 청계광장 근처가 청계천의 시작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청계천 청계광장에 놓여있는 공공 미술 작품, '스프링'. /류동현씨 제공

청계천은 부암동 근처 백운동 계곡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르다가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조선시대에는 ‘내를 파내다’라는 의미의 ‘개천(開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비가 크게 내릴 때마다 범람하는 하천을 정비하는 토목공사를 뜻한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1950년대의 청계천은 서울의 대표적인 ‘슬럼’ 지역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을 덮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건설해 40여 년 지속했다. 지금의 청계천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복원사업을 통해 2005년 조성했다. 다이내믹한 역사다.

복원된 청계천의 시작점인 청계광장에는 재미있는 조형물이 서 있다. ‘스프링’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다. 전시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 미술 작품이다. 높이 20미터에 달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조형물은 얼핏 보면 기다란 소라, 다슬기 같기도 하다. 작품 제목을 알고 보면 꼬여있는 폼이 통통 튀는 스프링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스웨덴 출신의 미국 팝아트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가 만들었다. 팝아트는 현대사회 속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미지에서 소재를 찾아 작품을 만드는 미술 사조다.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상 사물을 거대한 오브제로 뒤바꿔 버린 클래스 올덴버그 또한 팝아트 작가로 유명하다. 작가는 설치 당시 인터뷰를 통해 조형물의 원형 모양은 달을, 아래에는 청계천 물이 흐르는 샘을 표현했다고 밝혔지만, 높은 비용이나 이상한 모양 등 여러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강남 포스코 빌딩 앞 프랭크 스텔라가 만든 ‘아마벨’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특색 있는 미술 작품이 도심 속에 놓여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봄은 영어로 ‘스프링’이다. ‘스프링’에는 샘이라는 의미도 있다. 오래간만에 미술 작품 ‘스프링’을 둘러보고 청계천 변을 걷는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