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달님’이라 불렸다. 69번째 생일날 지지자들이 잡지에 낸 광고에는 ‘명월(明月)이 천산만락(千山萬落)에 아니 비친 데가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인용했는데 임금의 은혜가 온 세상에 미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던 대통령”이라며 더 나갔다. 교수 출신의 한 정치인은 ‘월광(月光) 소나타’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문 대통령 성정을 닮았다”는 영상 편지를 띄웠고, 얼마 뒤 청와대 대변인 발탁 답장을 받았다.

▶김일성의 ‘축지법’ ‘솔방울로 수류탄’ ‘가랑잎 타고 강 건너’는 웃음이 나는 신격화다. 1970년 무렵 북 교과서에도 실렸고, 누가 이를 의심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노동신문은 “사실 사람이 땅을 주름 잡아 다닐 수는 없다”며 축지법이 허구임을 고백했다. 김정은이 “세 살 때부터 사격을 했다”고 우상화하던 북한은 2019년에는 “네 살 때부터”라며 한 살을 올려 정정했다. 자기들이 봐도 너무했나보다.

▶김종필(JP) 총리는 인문학 소양을 기반으로 아부도 품격 있게 했다. JP는 3김 시대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대통령 집권 때 YS를 홍곡(鴻鵠·기러기), 자신을 연작(燕雀·참새)에 비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는 “밖에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막상 어떤 자리에 오르면 주위를 밝히는 사람이 있다”며 노 대통령을 ‘낮의 촛불’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통령실 주변에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총선 때 다수가 국민의힘의 참패를 예견하고 있었는데, 용산 주변에선 120석 이상, 또는 잘하면 과반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아첨이었다. 같은 시기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를 배우 차은우, 축구선수 손흥민, 조선의 정조에 비유하는 경쟁이 벌어졌다.

▶이 대표 지명으로 19일 처음 민주당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 “집안의 큰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데뷔 무대에 대한 압박감이 컸던 모양이다. 이 대표 자서전을 읽으며 흐느꼈다던 정청래 의원도 “지금은 이재명의 시대”라며 맞장구를 쳤다. 동교동계 막내였던 설훈은 민주당을 탈당하며 “이 대표는 아부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있다”고 했다. 아부를 한 정치인은 헤아릴 수도 없지만 ‘아버지’는 처음 듣는 것 같다. 여기가 ‘어버이 수령’이 있는 북한인가. 민주당은 정말 이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