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집으로 산후 도우미 선생님이 오셨다. 정부 지원으로 평일 열흘간 육아와 가사 도움을 받았다. 아이 울음소리 듣고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축축한지 잠이 오는지 알아내기, 배앓이 줄이기, 태열 관리하기 같은 여러 육아 노하우를 배웠다. 어르고 달래도 품에서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가 조언대로 보살피니 훨씬 편안해했다. 새벽 울음소리가 잦아드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아이가 잠든 사이 선생님과 우리 부부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이 선생님은 젊은 시절부터 봉사 활동으로 해외 입양 전 보육원에서 두세 달 머무르며 한국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신생아들을 돌봐왔다고 했다. 회사 정년퇴임 후 몇 년 쉬다가 산후 도우미 일을 시작한 지는 몇 달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많은 육아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는 내 말에, 이분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간 아이들 돌보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요. 육아는 ‘기술’이 아니라 ‘관심’이라는 것. 울음소리가 격해질 때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세요.”

어떻게 하면 육아가 빨리 편해질까 고민했던 내게 이 대답은 큰 울림을 줬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2006년부터 15년간 출산율을 높이려고 투입한 예산은 3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합계출산율이 속절없이 추락해 ‘0.78명’ 지경까지 온 것은 정치권이 예산만 집행했을 뿐 정작 아이 낳을 부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것이다. 수백조 쏟아부어도 출산 정책의 핵심인 ‘아이 낳을 결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사교육비 많이 쓴다고 무조건 학업 성적 오르길 바라는 무책임한 부모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아이를 낳고 보니 정치권이 출산 가정의 마음과 형편, 상황을 얼마나 진지하게 헤아리고 저출산 대책을 설계한 건지 의구심 들 때가 많다.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아내가 육아휴직한 후 크게 떨어지는 가계 수입일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아휴직 기간 소득 대체율은 44%로 쉬는 순간 수입이 반 토막 이상 난다. 최근 한 저출산 기사에서 본 인상 깊은 댓글 중 하나가 “전기차 사면 국비·시비 합해 국고 보조금 860만원 주는데, 아이 낳으면 200만원 준다”였다.

결혼 7년 차인 친구 부부는 출산 계획을 몇 번이고 세웠다가 취소했다. “아이 낳아도 그 아이가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클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게 이유였다. 부부 둘 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고, 명문대 졸업 후 한 명은 전문직, 한 명은 대기업 다니면서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이라 일러준 대로 살아왔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내 집 마련은 요원하고 생활 물가도 워낙 비싸 살기 팍팍하다는 것이다. 넘쳐 나는 사기꾼, 묻지 마 칼부림, 영어 유치원 부담, 입으론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선거철마다 남녀 갈등 조장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출산을 꺼리게 되는 이유라고 했다.

흔히 “아이의 울음 속에 힌트가 있다”고 한다. 잘 듣다 보면 무엇이 불편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울음 속에서도 정답을 찾을진대, 젊은 층 목소리에서 저출산 극복의 힌트를 구하는 것은 정치권의 관심만 따라준다면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