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64) 전 질병관리본부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국내 최고 방역 전문가다. 요즘 최고의 뉴스 인물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한때 그의 밑에서 일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나는 그를 두 번 인터뷰한 적 있었다. 이번에 그를 또 불러낸 것은 사회 일각에 퍼져 있으나 공개적으로 제기되지 않은 질문을 대신 하기 위해서였다.

이종구 교수는 “역사적으로 감염병 전파는 종교·정치를 구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코로나 발생 8개월이 지났으면 대응도 달라져야 했는데, 원점으로 돌아온 것처럼 처음과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처음 대규모 코로나 폭발이 있을 때 생필품을 사는 것 빼고는 바깥으로 못 나오게 했다. 대중교통이 끊어지기도 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수그러들고, 일상을 위해 완화하면 확산된다. 이번에 우리가 취한 ‘수도권 2.5단계’는 사회적 봉쇄에 가깝다. 고통스럽지만 단기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 면역 얻는 방법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 사이클이 네댓 번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집단면역’이 이뤄져야 코로나가 끝나는 게 아닌가?

“그렇다.”

―면역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코로나에 걸려 자연 면역을 얻거나,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갖는 것이다. 스웨덴은 전자(前者)를 택했다. 코로나에 강한 연령층을 감염시켜 인구 60% 이상의 집단면역이 이뤄지면 고위험군(群) 노인이 보호된다는 전략인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무척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노인의 초과 사망률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우 높았다. 스웨덴 방식을 도입할 경우 미국은 올해 말까지 28만~62만명이 죽을 수 있다는 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은 초기에 노인 요양 시설 보호 대책을 못 세워 노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지금은 사망자 수가 줄었고 안정된 걸로 안다. 코로나 사이클이 네댓 번 반복되면, 최종 성적표에서는 스웨덴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게 많은 노인의 희생을 무릅쓰면서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5년은 족히 걸린다. 그사이 백신 접종이 이뤄질 텐데, 내게는 무모한 도박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해온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된 뒤에 어느 나라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WHO는 ‘백신은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보장은 없다. 그거로만 팬데믹을 종식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백신의 질병 예방 효과는 50%라고 했는데?

“이런 백신 효과를 감안해 두 번 접종하려고 한다. 백신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가 아직 안 나온 상태다. 그 전까지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같은 대책이 가장 좋은 백신이다.”

―백신 생산은 내년 하반기나 가능할 것 같다. 그때까지 지금과 같은 추적·격리·통제·폐쇄 방식으로 계속 가야 하나.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는 ‘깜깜이 감염’ 확산이 현실화됐는데?

“지금의 현장 대책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다. 역학적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감염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로 보완하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겨울철 계절 독감 치사율은 0.1%다. 신종플루는 0.1~1%였다. 코로나는 무증상을 포함한 감염자 치사율이 0.5~1%다. 발생 초기에 비해 의료 체계가 정비되면서 코로나 확진자는 늘어도 사망자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오명돈(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중앙임상위원장은 ‘객관적인 사망자 수치와 통계를 제시해도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너무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의 고령자 사망률(70대 6.3%, 80대 19.9%)이 너무 높다. 충분히 두려운 질환이다. 전체 환자 수를 줄이면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를 제외한 코로나 감염자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심한 감기 수준에서 그친다. 물론 예외 사례는 있다. 방역의 중요성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과잉 공포심이 퍼져 있는 게 아닌가?

“공포로 움츠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각자 생활 방역 수칙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성 감기에 걸린 적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저항력을 갖는다고 하는데?

“감기에 잘 걸리는 동양인이 교차 면역으로 코로나 사망률이 낮다는 가설과 미국인에게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나온 것 같다.”

―국내의 한 공중 보건 학자는 ‘교차 면역으로 인구의 10%~20%만 코로나에 걸리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주장하는데?

“발생 환자 자료를 근거로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세부 집단에 해본 것인데, 아직 검증도 안 된 논문을 인용한 것이다.”

―집단면역을 위해 건강한 감염자 수를 자연스럽게 늘려가면서,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집중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비상식적 주장이다. 현실에서 노인층만 분리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 간 전파 비율(11.8%)이 비가족 간 전파(1.9%)의 여섯 배가 넘는다. 또 젊은이들도 코로나로 사망할 수 있으며 후유증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

―코로나 발생 후 지금까지 8개월 동안 국내 코로나 사망자는 400명 안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독감으로 심할 때는 5000명쯤 죽는다. 그렇다면 독감을 막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았겠나.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사람 이동과 차량 운행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데?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 요양 시설 노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 취약 계층 환자가 수만 명 사망했다. 정부가 마스크 착용도 제때 결정 못 하는 등 보호 조치를 못 한 결과였다. 독감은 백신과 치료제가 있지만, 코로나는 마스크 쓰기 등 비(非)약물적 수단이 현재로는 전부다. 각자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비접촉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통계를 보면 외환 위기(1987년)나 금융 위기(2008년) 같은 시기에 자살자가 그 전해에 비해 2000명 이상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금처럼 꽁꽁 싸매는 방역 조치로 이런 일이 안 벌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코로나는 남에게 전파돼 죽을 수 있다. 정부가 손을 놓으면 안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조치가 심하지 않다. 여러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지만, 자칫 철저한 방역이 필요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

◇지하철, 가장 위험할 수도

코레일 관계자들이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밤 9시에 음식점 등을 닫게 하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밤 9시 이후로만 활동하느냐’고 조롱하는데?

“한시적으로 사람들이 안 모이게 하려고 한 조치 같다. 더 큰 희생을 막으려면 다 함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

―서민들은 ‘코로나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얼마 전 경기도 안양시에서 노래바를 하던 60대 자매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 코로나 방역에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게 구속됐는데?

“정부가 경제와 방역의 균형을 맞춰 대응하는 것으로 본다. 코로나 방역에는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가치가 중요하다. 물론 긴 안목으로 사회 균형점을 찾는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방역 실패 사례’로 알려진 일본은 7월부터 전국적인 여행 장려 캠페인을 하고 있다. 확진자는 증가해도 사망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발생 초기에는 노인 사망 증가로 의료 체계 부담을 걱정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노인 시설의 집단감염 예방과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은 8·15 광화문 집회를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날짜별 확진자 비율 발생 통계를 분석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5월 말부터 ‘조지 폴로이드’ 사망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나 이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말은 없었다.

“7월 말에 종교 소모임을 풀고 휴가철에 느슨해진 것이 겹쳐 코로나 재확산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의 집단 발병 숫자는 매우 많다. 교회 신도나 집회 참석자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걱정된다.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거나 어느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어떤 타이밍에 확진자를 늘려 통제하는 등 ‘정치 방역’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데?

“방역 당국이 사람 목숨을 갖고 그렇게 하겠나. 감염자 신고가 들어와서 역학조사를 하니 마치 포도송이처럼 집단 발생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게 하듯이 해운대 피서객 인파를 검사하면 확진자가 쏟아졌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코로나에 걸렸지만 증상 없이 지나간 사람이 꽤 많을 테니, 많은 수를 검사하면 확진자도 많이 나오지 않겠나?

“신속한 검사는 절대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조기 검사가 2차 감염을 막아 확산을 차단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무증상 환자 분포를 알기 위해 항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리 국민의 항체 양성률이 매우 낮다고 들었다.”

―방역 관점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보다 출퇴근 만원 지하철이 더 위험하지 않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관점으로는 지하철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경기도는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는 침방울에 의한 감염인데, 사람이 드문 거리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

“개방된 곳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격리 조치나 개인 정보 확인 등을 무작정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근거가 있어도 협력과 참여를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권 너무 쉽게 훼손

―지금의 방역 조치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 기본권을 너무 쉽게 훼손하고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역사적으로 감염병 전파는 종교·정치를 구별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한 조치를 말씀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상황은 향후 짧아도 1년 이상 갈 것이다. 사회적으로 혹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라도 이런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