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직접적으로는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세에 힘입은 바가 큰 것 같다. 두어 달 전 경제부총리가 아파트 가격이 이제 정말 올라도 너무 올랐고 떨어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니 집을 사는 데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읍소’했다. 오를 만큼 올라서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아직도 수요를 줄임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도 노태우 대통령의 1기 신도시에 의한 공급 확대로 1991년에서 2001년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2기 신도시로 2008년에서 2016년까지, 철옹성 같던 강남의 아파트 값조차 떨어진 적이 있었다. 국민들은 선량하고 현명하다. 집값 반 정도의 돈만 내면 그 집에 살 수 있는 전세라는 기발한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집값 상승이 예상되지 않는데 집을 살 사람은 없다. 금리만큼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어도 서둘러 집을 살 이유는 크게 준다. 한마디로 집값이 올라서 투자·투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가계 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면 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정부의 말 중에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면’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부동산 가격 급등도 투자·투기가 주도한 게 아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위축된 데서 촉발된 것이다. 공급 부족으로 값이 올라가니 수요가 폭발한 것이지, 투자·투기 수요가 먼저 일어나 값을 올린 것이 아니다. 제발 수요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일랑 할 만큼 했으니 ‘닥치고 공급’에 전념하기 바란다.

실적이 아닌 ‘계획’이라도 믿음직스럽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공급 계획이라는 것이 너무 부실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이다. 과천 정부청사 부지는 이미 아닌 것으로 결말이 났고, 태릉골프장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분당·일산을 중심으로 한 1기 신도시나 남성대골프장, 특전사까지 이전시키고 만든 2기 신도시 같은 수준의 의지나 실현 가능성을 느낄 수가 없다. 더구나 강남 인접성을 감안하면 그 파괴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이 바뀌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확 풀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주택 공급을 양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공급 전망은 단독·연립 등 비인기 주택을 다 포함한 숫자라는데 이런 공급으로는 아파트 값 상승을 견제할 수 없다. 더 나은 위치에 더 나은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수요는 영원히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비어 있는 데가 많다고 하지 않나? 수요의 고급화, 그리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화 추세 등을 감안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속에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파악해서 내가 사고자 하는 집이 충분히 공급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택 공급을 공공 부문이 주도하겠다고 하는 최근의 정부 방침도 문제다. 공공 부문만 누릴 수 있는 온갖 ‘특권’을 활용하여 기존 주택보다 싼 값으로 공급하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는 공공 부문은 당연히 서민 주택만을 공급한다. 서민 주택 가격은 안정시킬 수 있을지언정 온 국민의 배를 아프게 할 정도로 가파르게 값이 오르는 그런 집들의 공급은 늘릴 수가 없다. 이런 집값까지 안정시키려면 민간 부문에 맡기고 규제를 확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그런 집까지 싼값에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건 나라가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집값까지 안정시키려면 아무래도 민간을 동원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집값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도 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집을 공급하는 일에 민간을 최대한 동원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부 역량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집값 안정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실현한 1·2기 신도시는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다. 부동산으로 누구도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는 사고방식으로는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할 수 없다. 다주택 임대사업자가 공급에 얼마나 크게 기여해 왔는지를 인정하지 않고는 공급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