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을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연결한 것이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라는 데 한·미·일 여론 주도층 대다수가 동의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11월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리기에 앞서 한·일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거부할 미 대통령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일 관계는 양국 모두에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한·일 관계는 ‘전략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폭격기나 전략핵잠수함보다도) 한·일 관계 개선을 한·미·일로 확대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위한 강력한 전략자산으로 활용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부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미·일을 역동적 삼각관계로 발전시켰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적 가치를 공유하고, 첨단 기술 협력을 주도하며, 정보 공유와 공동 훈련 등을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 대화체인 쿼드(Quad),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간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와 같은 자유주의적 소다자(小多者) 협력, 그리고 북·중·러 협력과 같은 권위주의적 연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통합적 ‘능력’과 미래를 향한 ‘의지’ 면에서 한·미·일을 능가할 수 없다.

북한이나 중국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한·일 관계 개선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한·일 정보 공유나 대북 압박, 3국 무력시위 및 공동 훈련 등이 더욱 촘촘하게 이뤄진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국방 당국은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1월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공동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북핵 대응과 더불어 서태평양 해양 안보 위협 대응 및 질서 유지를 위한 3자 협력의 신호탄이란 점에서 중국을 긴장케 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8월 쿼드를 출범시켰을 때 ‘아시아판 나토’라고 맹비난했지만, 이후 일본, 호주, 인도에 대화를 제의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벌리려는 이간계(離間計)를 쓰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개최된 후 작년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결과 금년 5월 서울에서 4년 반 만에 9차 회의가 열렸다. 중국은 한·일이 중국과의 협력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한·미·일의 2023년 국방비 총액은 9500억달러로 북·중·러의 3230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중국의 실질 국방비를 공식 국방비의 두 배로 쳐도 북·중·러 국방비(5480억달러)는 한·미·일의 58% 정도다. 2024년 GFP(Global Fire Power)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한국·일본의 군사력은 세계 1위·5위·7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미 중국이 ‘대양해군(大洋海軍)’을 지향하며 해군 함정 수가 미국을 추월한 상황에서 한·일의 도움 없이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할 순 없다. 그리고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만해협 유사시 한반도 파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이 경우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북한은 물론 역내 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기술·안보 등 포괄적 힘을 결집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한·미·일은 대만과 함께 반도체 생산 및 공급망 협의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1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 중심 도시 중에서 한·미·일에 7개(미국 4개, 일본 2개, 한국 1개), 중국에 3개가 위치한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분야 ‘월드클래스’인 한국, 일본, 대만의 능력을 버리고 혼자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미·일 모두 경제·기술·안보 능력을 한데 합쳐야 돈도 벌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이 점을 한·일 양국의 민·관 지도자들이 함께 미국의 양당 후보 진영과 여론 주도층에 강조하고 설득해야, 차기 미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미·일 협력이 지속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