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학기에는 오프라인 수업을 하고 싶어요.”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 화면을 통해 교수 A가 말했다. 대학원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론 강의인데, 화면 너머 학생들이 그리 즐거워하는 걸로 보이지 않으니 본인도 답답하신 모양. “시험이라도 오프라인으로 볼까요? 끝나고 다 같이 치킨도 먹고요.” 학생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녜요, 치킨도 온라인으로 (시켜)먹죠 뭐!”

팬데믹 이후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치킨도 온라인으로 먹는 세상이라니. 그중 비대면 회의가 변화의 대표 사례다. 예전에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 이제는 불가피하게 거의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 주자 줌은 이미 지난 4월, 자사 설루션을 사용하여 매일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가 3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해당 기업 및 산업의 단기 미래를 반영하는 지표다. 줌의 주가는 지난 1년 대비 약 600% 성장했다.

반면 새로운 연결 방식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내 힘은 더 드는데, 수업의 임팩트는 덜한 것 같아요.” A가 덧붙였다. 교수 B 역시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한 시간을 집중하고 공부하기란 인간에게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수업 효과와 과제 수준이 좋은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그는 다음 학기부터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적절히 혼합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사람은 적응에 빠른 동물이다. 화상회의 중에도 누군가는 채팅창에서 적절한 유머를 선보이고, 서로의 화면을 통해 놀이를 한다. 나 역시 몇 주 전 줌으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핼러윈이었고, 조금이라도 재미를 줄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배경화면을 가상의 호박 이미지로 바꿨다. 아내는 지인 6명과 2주에 한 번씩 화상으로 만나는 ‘초안클럽’을 진행 중이다. 그야말로 격조한 시대의 격주 모임이랄까. 모임의 콘셉트도 분명하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각자의 초안을 짧게 발표하고 길게 피드백을 나눈다. 유일한 규칙은 서로 지적과 평가는 하지 않기. 모임을 최초로 제안한 분은 육아와 창작 활동을 병행 중인 기획자다. 그는 한계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탄생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은 넷플릭스 ‘무브’를 통해 한때 춤출 곳이 비좁은 주방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싱크대와 세탁기, 조리대 사이에 있는 1㎡ 남짓한 공간이 전부였어요. 그리 넓진 않았지만 제한된 공간이 일종의 ‘내적 자유(internal freedom)’를 선사했죠.” 그는 한계 속에서 경계를 밀어붙여 가며 결국 세계적인 안무가로 입지를 다졌다.

나는 모니터와 스마트폰이 가끔은 비좁다고 느낀다. 한편 누군가에게는 그 한계가 강력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려면 기술과 사람을 함께 봐야 한다. 연결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오프라인 접점에 대한 요구도 더 세분화될 것이다. 그럼 기술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새로운 연결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변화는 아마도 두 갈래로 진행될 것이다. 마치 이 글을 누군가는 지면으로, 누군가는 모바일 스크린으로 보듯이. 다음 수업 때는 치킨을 먹으며 이 문제를 함께 토론해보자고 해야겠다. 물론 원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