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준용 전시를 처음 본 건 3년 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입니다. ‘비행(Flying)’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양팔을 벌려 움직이면 센서가 사람의 관절을 감지해 드로잉 하듯 벽면에 검은 궤적을 그려내는 ‘인터랙티브(쌍방향) 아트’였죠. 큐레이터가 직접 시범을 보였는데 센서가 잘 작동되지 않아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그 전시가 ‘대통령 아들’이 미디어아트 작가란 사실을 세상에 널린 알린 계기였을 겁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였고, 전시장에 김정숙 여사가 다녀갔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연일 취재진이 몰렸죠. ‘작가와의 대화’가 있던 날 문준용씨를 잠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출근한 날이라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그는 “대통령 아들이란 사실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잘해야 하니까”라면서도, “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재미와 의미를 느낀다”고 하더군요.
아빠를 바라보던 어린 아들의 맑은 표정 때문인지, 최근 서울문화재단 지원금 논란까지 그를 둘러싼 잡음이 일 때면 연민 같은 게 생깁니다. 문준용은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하는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동료 작가들, 큐레이터들도 “새로운 실험을 꾸준히, 열정적으로 하는 작가”라는 데 이견이 없죠.
지난 23일 논란 속에 막을 내린 금산갤러리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도 작가 문준용의 집념을 보여준 전시였습니다. 특히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 연작은 빛과 그림자, 안과 밖을 연결된 하나의 세계로 보고 증강현실을 이용해 두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이 돋보이더군요. 어느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이’에 숨은 진실도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요. 구석구석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에 시달리는 현대인, 아니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걸까요. 한 중년 관람객이 중얼거립니다. “아버지 탓에 아들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군.”
페이스북에 호소했듯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다면 그는 더 낮은 자세, 더 지혜로운 화법으로 세상과 소통했어야 합니다. 분노와 오기로 똘똘 뭉친 미성숙한 태도가 오히려 ‘작가 문준용'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세밑, 두루 평안하시길!
주말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