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좌석 앞에 '공수처법 저지' 등의 피켓을 붙이고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에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이 민심의 추이를 전했다. 다수 국민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리고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에 기울었던 중도층, 왔다 갔다 층, 무당파층, 일부 호남표, 상당수 3040, 일부 여성층이 이탈한 결과라 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 지지가 더불어민주당 지지보다 약간 웃돌았다. 부동산 정책을 통한 586 운동꾼들의 중산층 죽이기, 자영업 폭망, 대기업 흔들기, 왕년의 유신 국회보다도 무지막지한 입법 독주, 그리고 치사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었던 윤석열 찍어내기 등이 자초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할 현상이 또 하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차기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3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야권(野圈) 후보감들이 다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감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야권 전체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연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실패의 반사이익을 누리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차기 대안 권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건 ‘현재로선’ 아니라는 뜻이다.

586 운동꾼들이 내리막길을 달릴수록 국민의힘이 “다음엔 너희다”라는 압도적 신임을 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너희는 글쎄다”라는 떨떠름한 반응을 얻고 있다면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간의 전략적 행보가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는 이야기밖엔 안 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4·15 총선 때부터 보수·우파·자유·장외 투쟁을 ‘극우’로 몰아치고 그 대신 좌 클릭과 어정쩡한 우왕좌왕을 새 간판, 새 패션으로 내걸어 왔다. 그래야 젊은 층, 여성층, 호남 유권자들,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타령이었다. 그러나 그런 국민의힘 대통령 지망자들은 지금 겨우 2~4% 정도의 ‘쪽팔리는’ 지지율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뚜벅뚜벅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간 윤석열은 15~30.4%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야당이 야당다움을 극대화하지 않고 그것을 솔선 폐기 처분해버린 탓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진보 여러분,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여러분, 우리도 당신들 쪽으로 반은 갔습니다. 우리를 제발 보수·반동으로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영합하고 주뼛주뼛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들이 말한 ‘외연 확장’으로 나타나지 않고 초라한 2~4%짜리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세웠던 가설(假說)이 적어도 최근 여론조사 상으론 꽝이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그동안 국민의 힘이 하지 않거나 못한 당당한 원칙주의적 가치 투쟁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2천여 검사들, 검찰총장 정직 처분에 ‘노’라고 말한 조미연, 홍순욱 판사, 전광훈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허선아 판사, 정경심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한 임정엽 판사, 최재형 감사원장, 몇몇 진보 출신 비판적 지식인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팩트로 말하려는 몇몇 우파 유튜버들이 고군분투하듯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현상도 ‘중도 실용’이 아니라서 ‘극우’로 매도할 작정인가? 민심은 그러나 이 용감한 캐릭터들을 정의의 주인공 ‘아이언맨’처럼 바라보고 있다. 힘의 대세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라야 진한 감동을 유발하는 것이지, 국민의힘 지도부 같은 무위(無爲), 안일, 세태 영합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이 각성한 민심, 이 뒤처진 국민의힘을 두고 이제부터 ‘목마른 사람들’은 무엇을 갈망해야 할 것인가? 국민의힘 안에는 개인 차원에서 당차고 우수한 의원들이 꽤 있다. 이 알맹이들이 현 지도부, 헌 껍데기를 찢고 나와 더 광활한 지평을 향해 나비처럼 날아갈 순 없을까? 이 나비가 민심의 추세 ‘아이언맨’ 현상을 돌아보며 극좌 파시즘에 멍든 이 땅의 꽃들에 새 희망의 틀을 짜 보일 순 없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한다. 민심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여러 반(反)전체주의 계열들이 지지율 고작 2~4% 체급들의 쪼잔한 입신양명 다툼에 제각기 따로 홀려버린다면 모두 다 공멸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