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면 민주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리 틀기에 나설 것이다.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전 국민 보편 지급은 어렵다고 버틴다. 코로나로 피해 입은 자영업자와 취약계층만 선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4차 재난지원금은 4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용이다. 당연히 전 국민 지급이 주연 배우다. 선별 지급은 코로나 극복이라는 무대 배경일 뿐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권위주의 정권은 선거판 뒤에서 쉬쉬하며 돈봉투를 뿌렸다. 디지털 시대 민주화 정권은 마이크 잡고 “우리 당 찍어주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 준다”고 공개 매표를 한다.
그 효과는 작년 총선 때 유감없이 검증됐다. 야당의 수도권 의원은 전통 표밭을 돌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우리 표는 걱정 말라”던 유권자들이 “야당 찍으면 지원금 안 나온다더라”며 냉랭했다. 그 불길함이 개표 결과로 확인됐다.
그래서 그 돈은 어디에 쓰였나. 작년 5월 지원금이 풀리자 최대 수혜 품목은 와인이었다. 전달 대비 777% 판매량이 급증했다. 둘째가 맥주였다. 와인과 맥주 마시면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나, 아니면 와인과 맥주가 코로나 피해 업종인가. 대통령은 “국민이 지원금으로 한우 먹었다는 소식에 뿌듯했다”고 했다. 속내 통역을 하자면 “여당이 지원금으로 선거 먹었다는 소식에 뿌듯했다”는 거다.
홍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도 “이런 수준의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엄청난 긴축 재정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 정권 사람들은 이런 듣기 싫은 소리 안 한다. “우리 재정은 튼튼하다”고 큰소리만 친다. “당신들이 국고(國庫) 불리는 데 한 푼이라도 보탰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재정이 축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게 국민 의식 추락이다. 지난해 1차 지원금 때만 해도 ‘전 국민 지급’ 찬성이 30.2%로 ‘하위 70% 선별 지급’ 29.8%와 팽팽했다. 올 들어 4차 재난지원금 여론조사는 전 국민 지원이 68.1%로 선별 지급 30.0%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번 맛본 공돈이 뇌세포에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지난해 경기도가 지원금 살포에 앞장서자 산하 시·군들도 덩달아 경쟁을 벌였다. 여주가 10만원으로 선수를 치자 이천이 “받고 5만원 더”를 외쳤다. 재정이 빵빵한 파주는 40만원으로 수퍼 베팅을 했다. 재정이 어려운 곳들도 “우리는 왜 안 주냐” 성화에 5만원씩이라도 성의를 보였다. 끝까지 버티던 남양주마저 손들면서 31개 시·군이 전부 주머니를 털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4년이후 네 차례 조선을 방문하고 기록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라고 썼다. 그러나 “시베리아와 만주에서 만난 한국인은 농장 경영과 유통업에서 중국인을 압도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의 노예 근성과 나태함은 나라의 생명을 빨아먹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탓”이라고 결론 내린다. 좋은 정부만 만나면 한국인은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이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1971년 전국 3만5000개 자치 마을에 시멘트 300부대씩 나눠 준 것이 새마을 운동의 시작이다. 1만7000여 곳은 제대로 썼고, 1만7000여 곳은 흐지부지 낭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제대로 쓴 절반에게만 시멘트와 철근을 추가 지원하라고 했다. 여당은 “선거 망칠 일 있냐”며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탈락 마을들이 분발하면서 ‘우리도 잘살아보세’ 운동은 본궤도에 오른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비결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의식 개혁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러 문재인 정권도 국민 의식을 바꾸고 있다. 선거 때마다 “우리 당 찍어주면 돈 봉투 준다”고 한다. 대통령 주머니에서 세뱃돈 꺼내듯 생색 내지만 모두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안기면서 와인, 소고기 사먹으란다. “돈 쓰실 일 없느냐”고 꼬드기는 대출 브로커 수법 그대로다. 한번 맛본 단물의 유혹은 무섭다. “문재인 당 찍어야 공짜 돈 생긴다”는 세뇌가 먹혀들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과 자손의 미래가 축나는 줄도 모르고 공돈을 들이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 그대로다. 그렇게 국가와 국민이 멍들어도 정권의 선거 승리는 계속된다. 문족(文族) 개조 운동 만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