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단일화 여론조사 룰 싸움에서 격하게 대립했던 것은 ‘유·무선’이었다. 오세훈 후보 측은 “유선 전화(집 전화)를 쓰는 유권자가 여전히 있다”며 표본에 10%는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유선 전화 응답자의 편향성이 우려된다”며 “무선 전화(휴대전화)로만 조사하자”고 했다. 유선 전화를 쓰는 보수 성향의 고령층 응답자로 인해 유불리가 달라지는 각자의 계산이 작용했다.
야권 단일화는 결국 양측의 합의에 따라 ‘무선 100% 조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론조사 표본의 유‧무선 비율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 앞으로도 각 조사 회사들이 정당 후보 지지율 또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할 때 유‧무선 비율이 일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유·무선 비율 때문에 불리했다”는 시비가 일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각 정당의 후보 공천 또는 제3 세력과 단일화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요즘 세상에 휴대전화 안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란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야권이 무선 100% 조사에 합의했지만, 여론조사에 유선 전화를 포함하는 이유를 무시하긴 어렵다. 유선 전화 가입자 수는 1300만명가량으로 전체 인구 대비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 중에는 “가입자 수 측면에선 무선 전화 방식이 좋지만, 응답자가 조사에 임하는 환경 측면에선 유선 전화 방식이 낫다”며 “유·무선 조사의 응답 결과가 다를 경우엔 유선을 일정 정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무선 전화 여론조사에 알뜰폰 이용자가 빠져 있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조사 회사가 선거 여론조사를 하려면 선관위를 통해 이동통신사가 생성한 안심 번호를 제공받아야 한다. 하지만 편의상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대형 이동통신사 이외에 수십 개에 달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안심 번호 제공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921만명으로 휴대전화 가입자(5584만명)의 16%에 달한다. 휴대전화 안심 번호로만 하는 조사가 전체 유권자를 완벽하게 대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알뜰폰 이용자와 유선 전화 이용자의 성향이 겹칠 가능성이 있어서 여론조사 표본에 유선 전화를 반영하는 게 좋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 증가 등 통신 환경 변화에 여론조사의 환경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의 응답률이나 면접 방식 등에 따른 정확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은 후보 공천이나 단일화를 할 때마다 ‘유선 10%냐, 무선 100%냐’ ‘적합도냐 경쟁력이냐’ 등을 놓고 흥정하며 다투기를 반복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관련 제도의 정비나 방법론 연구 지원 등으로 문제점 보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