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대한 국민 분노에 힘입어 보수·우파가 정치권력을 되찾아오는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보수·우파가 이 나라를 다시금 본궤도에 올리게 됐다고 섣불리 자부할 수 없다. 노동단체, 교육기관, 사회·시민단체 등 사회권력의 이동이 수반하지 않은 정치권력만의 회복으로는 명실상부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좌파 정권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사회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다. 아니, 문 정권을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것은 586운동권 청와대와 180석 국회 등 정치권력이 아니라 민노총, 전교조, 참여연대, 민변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문 정권은 탄생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회권력은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지난 역사의 불우한 고비를 소재로 각종 연대, 위원회 등을 만들어 그 수장(首長)을 독차지하고 조직을 활성화해왔다. 외교·안보와 경제는 물론 환경, 위안부, 8·15, 4·3, 사드, 세월호 등을 계기로 수많은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음으로 양으로 좌파 세력 집권에 동원됐고 집권 후에는 후(厚)한 논공행상이 이어졌다. 김상조·박주민씨 등 참여연대 출신들의 출세가 그 단편적 예(例)이다.
이 사회권력들이 좌파의 정치권력 유지에 얼마나 실효적인가는 이번 4·7 선거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정부가 예산을 주고 수장의 임명권을 쥔 단체들이 여기저기서 여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현 시국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친북·탈미 등 좌파 이념을 전파하는 지원 사격을 했다. 여당 후보들이 열세에 몰리면서 이들의 동원(?)은 더욱 돋보였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나서 여당에 유리한 해석으로 도와주는가 하면 여러 보조 기관이 총동원된 것을 보면서 사회권력의 존재와 위력이 대단히 막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원래 사회권력은 정치권력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는 사회권력과 정치권력이 한통속이 돼버렸다. 이 사회권력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지 않고는 진정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사회권력의 좌편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나라를 개조하기 어려워 보인다.
본래 시민단체나 노동계가 반(反)정부 색채가 강한 만큼 그들을 보수·우파화(化)하는 것이 세계의 모든 우파 정권의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의 정권 교대(交代)에서 보았듯이 좌우 어느 일방의 독선과 독주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사회권력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한국에서도 좌파, 특히 NL 좌파의 친북·탈미 노선과 반민주적 독선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오만과 경제의 어려움은 리버럴한 젊은 세대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문 정권의 좌파 내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문 정권의 독선과 안하무인, 편 가르기, 가짜 뉴스 만들어내기 등에 환멸을 느낀 ‘진정한 좌파’가 “이것은 우리가 추구해왔던 리버럴 좌파의 길이 아니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을 쓴 좌파 지식인들은 이제 그 어느 우파 인사들보다 더 확실한 ‘문 정권 타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것은 전향이 아니라 진정한 좌파들의 원대(原隊) 복귀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노조나 좌파 조직의 횡포, 무지, 일방통행 등에 식상하거나 대항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주의해볼 만하다. 한마디로 사회권력의 횡포와 기회주의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징후다.
야당이 일부 지역에서 정치권력을 다소 회복한다 해도 사회권력의 추이에 몰이해한다거나 현 사회권력 체제의 성급한 변화를 강요한다면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정치권력의 안정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방기할 수도 없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총체적으로 합의한 헌법적 자유 민주 체제를 지킨다는 신념이다. 여기에 어긋나면 천하를 얻는다 해도 물러서야 하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끝까지 싸운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 신념과 의지를 모든 사회권력과 공유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지켜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끝내 방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