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29%였다.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30%가 뚫린 데에는 여권(與圈)의 버팀목이던 40대와 20대 여성(이여자)도 등을 돌린 것의 영향이 컸다.
갤럽은 매주 조사한 결과를 월별로 통합한 자료도 발표하는데, 4월 자료(표본 4008명)에선 모든 연령층에서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한다’보다 ‘잘못한다’가 더 높았다.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알려진 40대도 긍·부정 평가가 3월엔 50% 대 44%였지만 4월엔 44% 대 49%로 뒤집혔다. 연령층별로 남녀를 구분해 분석한 자료에서도 모든 성·연령층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았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현상이다. 친여(親與)로 분류되던 20대 여성도 3월(42% 대 37%)과 비교해 4월(33% 대 45%)에 긍·부정 평가가 역전됐다. 20대 남성(17% 대 70%)보다는 덜하지만 반문 정서가 높아진 것이다.
여당에선 4·7 재·보선에서 싸늘한 표심이 확인된 20대 남자(이남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성 징병제, 군 가산점 부활 등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남자’는 못 잡고 ‘이여자’와도 멀어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현 정권의 국정이 엉망이라서 살기 힘들다”며 돌아서는 현실은 외면한 채 어설픈 처방에 골몰한 결과다. 갤럽 조사에선 향후 살림살이 전망도 ‘나아지지 않을 것’(77%)이 ‘나아질 것’(20%)을 압도했다. 국정 지지율 하락의 핵심 이유는 국민 대다수의 삶이 고단하고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당은 ‘친문 주도로 결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다시 쏠리고 있다. 생각이 다르면 협박이나 욕설을 퍼붓는 강경 문파(文派)의 문자 폭탄도 ‘국민의 뜻’이라고 감싸며 ‘도로 친문당’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강경 문파를 떠받들수록 민심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잘못하고 있다’ 60%, ‘잘하고 있다’ 22%였다. 정반대로 문 대통령 지지자는 ‘잘하고 있다’ 59%, ‘잘못하고 있다’ 21%였다. 고용노동 정책과 대북 정책, 외교 정책도 일반 국민은 다수가 부정적이었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는 긍정 평가가 다수였다. 문 대통령 지지자의 인식이 이렇다면, 문자 폭탄을 보내는 2000~3000명 강경 문파가 사는 세상은 경제가 활황이고 일자리도 풍족하고 북한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태평성대’인 게 확실하다.
여당이 강경 문파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당의 쇄신과 민생 안정, 일자리 창출, 외교안보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노력을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나마 현 정권에 온정적이던 평범한 지지층도 이탈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게 바로 레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