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김어준씨를 만나 본 적이 없으나 그에 대한 찬사나 비난은 많이 들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문재인 정권을 만든 공신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세월호 의혹을 이슈화했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널리 확산시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그냥 공신이 아니라 특등 공신으로 대접받는 것 같았다. 문 정권 초기 아는 분이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혼자 앉아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잠시 후 한 사람이 들어오자 조씨가 일어나 깍듯이 모셨다고 한다. 조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권 실세였는데 그런 그가 이토록 공손히 대하는 사람이 누군가 봤더니 김어준씨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잘못 본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조국, 김어준을 잘못 볼 수 있느냐”고 했다.
김씨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의 용모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씨가 그들 구미에 맞는 말을 했으면 “개성 있다” “멋지다”고 했을 것이다. 용모 문제가 아니다. 김씨는 요즘 유행인 유튜버나 운동가라고 생각한다. 선정적 주장으로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모으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김씨 외에도 많다. 필자도 다른 사람들이 보내준 유튜브를 여러 편 보았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시사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들의 주장은 상당수가 과장이거나 왜곡이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도 보았다. 그 거짓말을 믿고 필자에게 ‘이런 것 아느냐’고 물어오는 분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이 유튜버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따르며 심한 경우에는 신념화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시대의 어두운 면이다.
정작 필자가 놀란 것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김씨를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칭송했을 때다. 필자는 37년간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말하는 게 마음 한편에 걸리고 부끄러운 점이 있다. 언론인은 무슨 자격 고시도 없고 면허증도 없다. 신문사에 다닌다고 무조건 언론인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언론인이 성직자도 아니다. 언론은 사실(事實·fact)을 찾아 전하고 그에 기반해 논평하는 일이다. 기자 생활 37년의 결론은 ‘사실’을 찾아낸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37년간 팩트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언론인’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기가 힘들다.
사실을 전하는 것 역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을 전하는 경우 온갖 공격을 각오해야 한다. 역대 정권은 조선일보사에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필자도 박근혜 정권 때 그 대상 중 한 명이 된 경험이 있다. 언론과 언론인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 지지자들은 ‘언론인’을 어떤 존재로 보기에 김어준씨를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하는가. 세상에 어떤 언론인이 특정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 되는가. 그것이 정치인이지 어떻게 언론인인가. 심지어 트럼프조차 선동가 러시 림보를 추켜세우기는 하지만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민주당은 지금 권력을 잡고 있고 앞으로도 집권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이 김씨 같은 사람을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믿는다면 민주주의의 근본인 언론과 언론 자유는 실로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이라는 것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키고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황당한 정도를 넘어서 병적(病的)이라고 생각되는 괴담이다. 이 괴담을 만들고 퍼뜨린 사람이 김어준씨다. 항적은 전 세계 기지국에 자동 송신돼 조작이 불가능하다. 김씨가 사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오보는 사실을 확인하다 실패한 것이지만 이것은 오보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한국의 집권당은 사실을 중시하지 않는 선동가를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 편을 드는 곳이다. 가장 언론과 반대되는 것을 도리어 ‘진정한 언론’이라고 한다.
민주당 운동권의 공격 본능이 ‘진정한 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들을 그냥 둘 리가 없다. 그 표적에서 조선일보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부수를 과장해 공기관 광고를 더 받았다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조선일보 부수의 60%인 신문이 조선일보보다 더 많은 공기관 광고를 받았고, 조선일보 부수의 16%인 친정권 신문은 공기관 광고를 조선일보의 66% 넘게 받았다. 아무리 ‘그림’이 안 그려져도 무조건 조선일보만 괴롭힐 태세다. 조선일보도 집권당이 말하는 ‘진정한 언론’이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또 ‘진정한 언론’이 되라고 강요할 것이다. 이를 숙명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 ‘진정한 언론인’의 표상으로 김씨를 내세우는 경우까지 본다. 언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