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고 탄식을 금할 수 없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때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우리 집안이라는 것이 외가 친가 통틀어 봐야 대학 간 사람이라고는 없는 뼈대있는 가문이었다. 그때도 수시 제도가 존재는 하였으나 나도 내 부모도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조차 알지 못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수능준비 뿐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0교시부터 밤 열두 시 넘어서까지 우직하게 공부해서 수능 봐서 대학 갔지만 나는 조민 씨에게 하등의 불만이 없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말마따나 그것은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얼마든지 있는 기회 아닌가? 도대체 있는 기회를 잡았기로서니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설마하니 시골 구멍가게에서 장사하는 부모의 딸인 나와 대학교수 부부의 딸인 조민 씨가 같은 계급일 리 없지 않은가?
조민 씨의 부모는 아들 대학교 온라인 시험도 도와줬다는데, 내 부모는 집으로 날아온 성적표를 보고도 F가 뭔지도 몰라 야단도 치지 못한 이들이다. 똑같이 낙제점을 받은 딸을 두고도, 내 부모는 장학금 받게 해 줄 능력이 없어 그저 아침 일곱 시부터 밤 열두 시까지 매일매일 장사해서 내 등록금을 댔다. 이게 바로 계급의 차라는 것이다.
내가 무식해서 미처 모를 뿐 필시 헌법에도 대한민국은 계급사회라고 적시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법률 전문가인 조국 전 장관이 저토록 당당할 수 없을 것이니.
이 답답한 와중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낙연 의원이 옳은 소리 한 마디 시원하게 해 주었다. 아직 대법원 판결 난 사안이 아닌데 ‘무죄추정의 대원칙’이 왜 조민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느냐는 일갈이다.
이에 일부 몰지각한 세력은 ‘정유라는 2심은커녕 재판도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인민재판으로 퇴학을 당했다’고 되도 않는 반박을 하는데, 어떻게 이름부터 무식해 보이는 최순실의 딸과 이름부터 근본 그 자체인 조국의 딸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조민 씨는 눈물을 닦으시라. 기왕 이리 된 거 정정당당하게 보란듯이 수능 봐서 의대 합격하여 만천하에 본인의 실력을 입증하도록 하자. 안철수 따님은 그까짓 네이처지(誌)인지 뭔지에 실렸다고 기사까지 나는데, 사실상 안철수 따님이야 연구밖에 할 줄 아는 게 더 있는가? 멋도 부리고 여행도 다니고 클럽에서 춤도 출 줄 아는 카푸치노 같은 조민 씨가 도대체 안철수 따님보다 못할 것이 무엇인가? 기죽을 것 없다.
죄없는 한 가족에게 멸문지화를 내리는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므로, 조국 가족과 연대하는 의미로 물티슈를 공동구매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시민들께서는 남녀노소 연락주시라.
청와대에서도 마음의 빚이 복리로 늘고 있을 테니 이 참에 한 박스 은근슬쩍 주문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일부 불순한 세력들이 폄훼하는 바와 달리, 물티슈는 비단 조국 가족의 차를 닦기 위한 물건이 아니다. 죄 없는 한 가족에게 씌워진 오명을 닦아내자는 민주시민의 의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지각 있는 시민이라면 물티슈 한 상자쯤 항시 휴대하다 혹 조국 일가를 모해하는 불순분자와 마주치거든 길게 말싸움할 필요 없이 조용히 물티슈를 꺼내 그자의 면상을 말갛게 닦아주도록 하자. 물티슈질 한 번에 평등을, 물티슈질 두 번에 공정을, 물티슈질 세 번에 정의를 외치며….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설마하니 조민 씨의 대학졸업장, 혹은 의사면허까지는 건드리지 않기 바란다. 누가 되었든 즉시 분노의 물티슈질을 당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엄중하게 경고한다. 어느 기관이든 대문부터 반짝반짝하게 닦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티슈 가지고 시녀라 비꼬는 어리석은 자들을 위해 삼가 시 한 수 읊고자 한다. 물티슈 함부로 욕하지 마라/ 너는/ 언제 정유라 말에 빗질 한번 해줘 봤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