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선 여론조사에서 전화 면접원 조사는 이재명 후보, ARS 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앞서는 공식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원하는지 묻는 질문엔 ‘그렇다’가 모든 조사에서 다수였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우세했던 한국리서치 조사(전화 면접원 방식)도 정권 교체론(52.9%)이 정권 유지론(38.5%)보다 높았다. 윤석열 후보가 우세했던 PNR리서치 조사(ARS 방식)도 52.1% 대 39.2%로 결과가 비슷했다. 선두가 누구인지는 혼란스러워도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다수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분위기로는 ‘정권 교체론자’ 손에 대선 승부가 달려 있다.

정권 교체론은 역대 대선에서도 높았다. 2007년 대선 직전 갤럽 조사에서 58%였고, 2012년 대선 두 달 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52%였다. 지난 정부에서도 탄핵 정국 이전이던 2016년 9월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미 정권 교체론이 53%로 과반수였다.

하지만 이 중에서 2012년 대선은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패해서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론자가 생각하는 ‘교체’에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는 ‘여야(與野) 교체’뿐만 아니라, 여당 후보라도 정권과 차별적인 인물로 대통령이 바뀌는 ‘인물 교체’가 섞여 있다고 했다. 대선에선 정권 심판과 함께 인물 경쟁력도 중요한 투표 기준이란 얘기다.

최근 정권 교체론이 높지만 일부 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열세인 것도 ‘대통령이 되면 일을 잘할 것’이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야당과 후보 주변의 구태 정치인이 지지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야당이 이들과 완전한 절연(絶緣)이 늦어질수록 정권 교체는 멀어질 것이다.

여당도 풀기 어려운 난제(難題)가 기다리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당 후보는 ‘여당 내 야당’이 아니라 ‘여당 대표 주자’란 인식이 강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유권자의 다수인 정권 교체론자에게 정권이 바뀌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최근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 ‘개인의 노력으로는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없다’는 2030세대가 75%에 달했고, ‘정부 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도 68%였다. 부동산과 일자리 등을 엉망으로 만들어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빼앗은 여당이 왜 다시 집권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얼마 전 갤럽 조사에선 주요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모두 60% 안팎에 달했다.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최악의 ‘비호감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정권 교체는 원하면서도 지지 후보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최종 선택이 주목받을 것이다. 누가 남 탓만 하고 거짓말을 하는 후보인지 이들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