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단골들은 주인에게 “알아서 달라”고 했다. 식당 주인이 푸짐한 한 상을 차려냈다. “보쌈김치를 담갔는데 좀 먹어봐” 하더니 손으로 찢어 손님들 입에 넣어줬다. 계산서를 봤더니 보쌈김치가 사만원이 넘었다. 요즘 말로, ‘푸근하게 싸대기 치는’ 식당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떠오른다. 어떤 이슈를 물어도 청산유수다. 악재에 대응하는 방식도 놀랍다. 화천대유 사태와 관련해 조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두 사람이 자살했다. 이런 말을 그가 했다. “어쨌든 뭐 명복을 빈다.” “나도 미치겠다. 흐흐.” 민망한 개인사도, 손바닥처럼 뒤집는 공약도 능청스럽게 넘어간다. 식당을 했어도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얼마 전엔 오피스 건물에 위치한 식당에 갔다. 손님 90%가 직장인이다. 계산하는데 “맛있게 드셨나” 묻길래, “김치 반찬이 맛없었다”고 했다. “다른 손님들은 다 맛있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능프로 ‘맛집의 옆집’은 대박집 옆에서 파리 날리는 식당을 소개한다. 업종을 스무 번이나 바꾼 집도 있었다. 출연자들이 “여기 치킨이 좀 그렇다” “음식 좀 짜다” 조심스럽게 말하면 식당 주인들 답은 이렇다. “그런 말 처음 듣는다.” “남들은 다 맛있다고 하던데…”
딱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떠오른다. 1일 1실언 기능 보유자, 비판이 나오면 “내 말을 곡해했다”고 한다. ‘나는 개떡처럼 말해도 네가 찰떡같이 알아먹으라’는 갑(甲)의 언어 습관을 가졌다. 말투 지적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이 아우성을 쳐도 ‘개선’이란 걸 모른다. 손님이 다 떠나도 ‘요즘 손님들이 음식 맛 모른다’ 타박하는 주인 같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사장들의 고깃집이 ‘삼겹살 르네상스’를 열고 있다. 고기 맛은 물론이고, 반찬과 소스가 다채롭고, 전기밥솥으로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밥을 지어주고, 이쑤시개 대신 치간칫솔을 제공하는 세심함까지 갖춘 고깃집이 부지기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얼핏 떠오르지만, 그 사장들은 종업원과 싸우고 가출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최악의 식당은 손님 차별하는 식당이다. 기자 간담회로 여러 번 가본 식당 주인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거기 안 간다는 사람이 많았다. “주인이 손님 차별하는 꼴 보느니, 그 음식 안 먹고 만다”고 했다.
연말연시 ‘특별사면’ 명단이 일부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유를 설명하면서 생색을 많이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 ‘노무현 죽음의 책임’을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그 일이 이명박 탓인가.
‘친노 대모’ 한명숙 전 총리를 복권시켰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이른바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65명이 복권, 형 선고 실효(失效)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곧 선거에서 이분들 얼굴 볼 수 있겠다. 진보, 좌파 운동가들이 대부분이다. ‘국정 농단’으로 끌려갔던 보수 인사가 혜택 입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됐다 24일 가석방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감옥 밖으로 나와 사과나 반성 대신 이렇게 말했다. “과연 공정과 정의란 단어가 존재하느냐…박 정권의 악랄한 탄압으로 말 몇 마디 한 사람을 감옥에 넣어 놓고 (박근혜) 사면이라니. 통탄스럽다” 자기는 가석방된 게 불만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자기네 편 풀어주려고 보수 인사를 살짝 이용했는데도, 이게 공정이냔다. 식당에서 진상 부리는 건, 평소 특급대우 받던 손님들이라고 한다. 아니꼬워서 식당을 끊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