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남강호·이덕훈 기자

2017년 대선 직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40.2%로 홍준표‧안철수 후보 지지율 합(35.9%)보다 높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대선 결과는 홍‧안 후보 득표율 합(45.4%)이 문 후보(41.1%)보다 높았다. 열세였던 쪽의 ‘샤이 지지층’을 여론조사에서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반대로 앞서 있던 쪽의 ‘샤이 지지층’이 확인된 적도 있다. 2012년 대선 나흘 전 한국갤럽 조사에선 박근혜 후보(45.2%)와 문재인 후보(43.6%) 차이가 1.6%포인트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박 후보(51.6%)가 문 후보(48.0%)를 여론조사보다 더 큰 차이(3.6%포인트)로 이겼다.

이번 대선은 ‘샤이 이재명’과 ‘샤이 윤석열’ 등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지지층이 양쪽 모두 상당수 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역대 최악급 비호감’ 분위기와 수위 높은 네거티브 공방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샤이 이재명’에 기대를 거는 쪽은 이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10%포인트가량을 ‘샤이 여당층’ 규모로 본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 지지율의 차이가 큰 계층은 2030대 여성과 호남 지역이다. ‘욕설 파문’ 등으로 2030대 여성이 이 후보를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안팎인 이들이 결국엔 여당 후보를 많이 찍을 것이란 예측이다. 호남도 현재 이 후보 지지율이 70%가량이지만 결국 9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샤이 윤석열’에 기대를 거는 쪽은 윤 후보 지지율이 정권 교체론에 비해 낮은 10%포인트가량을 ‘샤이 야당층’ 규모로 본다. 정권 교체론과 윤 후보 지지율의 차이가 가장 큰 계층은 2030대 남성과 TK 지역이다. 윤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확신이 없어서 지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권을 바꾸기 위한 최종 선택은 제1 야당 후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2030대 남성에서 30% 안팎인 윤 후보 지지율을 정권 교체론 수준(50%)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TK도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높은 80%까지 득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샤이 유권자’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투표장에 반드시 나와야 한다. 야권은 단일화 성사로 ‘샤이 윤석열’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샤이 이재명’도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투표에 적극적일 것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분노하며 대선에 ‘참전’한 것은 ‘샤이 이재명’ 결집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있다. 진영 간 대충돌로 치닫고 있는 이번 대선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승자를 알 수 있는 선거다. 모든 선거는 절박한 쪽이 이겼고 방심하는 쪽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