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국제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걸 위한 수단인 2050 탄소 중립 역시 그렇다.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개도국들에서 홍수처럼 분출되는 성장 욕구를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의 지구 온실가스 농도 상승엔 중국 산업화의 작용이 결정적이었다. 그 기간 중국 배출량은 세 배가 됐다. 14억 인구 대국이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현재 전 지구 배출의 30%에 달한다.
중국 다음엔 인도가 기다리고 있다. 인도 인구는 중국과 큰 차이 없다. 그렇지만 1인당 연간 배출량(1.77톤)은 중국(7.41톤)의 4분의 1도 안 된다. 그 인도가 중국처럼 되는 길로 들어서 있다. 작년 11월 글래스고 유엔 기후회의에서 인도는 ‘석탄 발전의 단계적 폐지(phase out)’ 조항에 반발했다. 결국 최종 합의문은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약해졌다. 인도로선 기후 붕괴 방지보다 자국 산업화가 절박한 목표다. 10년 전엔 세계 언론이 베이징 미세 먼지를 가스실이라고 보도했다. 지금은 인도의 뉴델리가 그런 말을 듣는다. 인도의 배출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가 향후 20년 지구 온실가스 경로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인도가 산업화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인도 뒤로 아프리카가 줄 서 있다. 아프리카 54국의 인구 덩치는 중국, 인도와 거의 똑같다. 개인 배출량(1톤)은 인도의 절반, 중국의 7분의 1, 한국의 12분의 1쯤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선진국 국민이 뭘 누리고 사는지, 중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다 보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조차도 기후 해결을 위해 욕망을 누르자는 말은 잘 먹혀들지 않는다. 하물며 아프리카인의 발전 열망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 문제는 아프리카 인구의 향후 비약적 증가가 거의 확정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인구 구성이 아주 젊고 출산율이 높다. 24세 이하 인구가 60%(한국은 24%)이고, 여성은 평생 아이를 4.35명 낳는다. 유엔 전망으로는 2020년 인구 13억명이 2050년 25억명, 2100년엔 42억명이 된다. 2100년까지의 세계 인구 증가분(30억명)의 거의 전부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다. 1인 GDP는 2000달러도 안 된다. 그들에게 북극 얼음 해빙, 해수면 상승은 딴 나라 얘기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가뭄·홍수가 극심해진 것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을 식민지로 지배하고, 노예로 부리면서, 자원을 착취하고, 산업화 열매를 먼저 따먹으면서, 지구 대기를 온실가스로 오염시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가 석탄이 아니라 태양광으로 산업화하는 길도 있긴 하다. 그 성장 경로를 과연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
1.5도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제 사회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은 지켜야 한다. 동시에, 닥쳐올 가능성이 높은 기후 붕괴에 단단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 전체를 위한 책임 실천이고, 기후 방어력을 키우는 것은 자국민 이익을 지키는 실리적 행동이다.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는 상상할 수 없던 일도 덮쳐올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줬다. 촘촘히 짜인 상호 의존 공급망은 지구의 어느 구석에서 벌어진 일을 전 세계적 충격으로 번지게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금의 에너지 위기, 곡물 위기를 보면 된다. 2010~11년에도 북아프리카, 중동에서 ‘아랍의 봄’ 시민 봉기가 도미노처럼 번졌다. 튀니지·이집트 정권이 붕괴했고 알제리·리비아·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예멘에서 사회 불안이 빚어졌다.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아 폭동’이었다. 2010년의 이상(異常)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금지한 탓이었다. 기후 붕괴가 현실화된다면 아랍의 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충격파가 될 수 있다.
작년 7월 기습 폭우 홍수로 독일·벨기에인 220명이 죽었다. 이들 나라와 하천을 공유하는 네덜란드에선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네덜란드가 2007~15년 했던 제방 보강, 강바닥 준설, 강 폭 확대 등 이른바 ‘강에 여유 주기(Room for the River)’ 사업 효과였다. 한국은 곡물 자급률 21%의 나라다. 에너지 역시 자립도가 19%에 불과하다. 강우는 여름 한철 몰아서 폭우로 들이붓는다. 국가 생존의 3대 요소인 식량, 에너지, 물이 모두 극도로 취약하다. 그런데도 탈원전을 밀어붙였고, 4대강 보는 부수려 했고, 우량 농지들에 대대적으로 태양광 패널이 채워지고 있다. 새 정부는 기후 붕괴에 대비해 생존 필수 자원들에 최대한의 여유를 확보해두는, 큰 시야의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