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명의 인구, 9000만 명 이상의 공산당원이 이끄는 중국에는 ‘비밀’이 많다. 전제주의적인 틀에 따르는 통치방식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뉴스를 읽기도 따라서 어렵다. 오래 쌓이고 다져진 결을 찾아 시사의 흐름을 좇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요소, 뉴스 영역의 흐름을 잘 겹쳐야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미국과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중국이다. 국제정치의 큰 변수로 등장해 세계의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뉴스를 제대로 읽어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중국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이상하다. 치밀한 계산, 전략적 포맷 등이 돋보이던 과거의 정책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언뜻 보면 비틀거린다 싶을 정도다. 강한 결기는 보이되 그 결과는 늘 좋지 않다. 코로나19의 오미크론 재 확산에 따른 대응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봉쇄와 격리를 변함없이 추진하지만 효과는 아주 미진하다. 오히려 사람과 지역을 봉쇄하고 격리하는 일방적인 ‘제로 코로나[淸零]’ 정책만 고집하면서 방역 일선이 아주 불안하기만 하다. 탄력적인 대응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나온다.

대외적으로 강경함만을 추구하는 중국의 대외 정책도 그렇다. 싸움 늑대, 즉 ‘전랑(戰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분투를 벌였지만 지구촌 여러 나라의 반감을 불렀다. 급기야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두둔함으로써 큰 화를 자초했다. 그나마 관계가 원만했던 유럽연합(EU)이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으로서는 ‘치명타’에 가까운 패착이다.

중국경제의 일선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던 민영기업에 대한 옥죄기도 마찬가지다. 효율적 통제의 차원이라지만 ‘황금알 낳는 거위’를 죽인 꼴이라는 평을 받는다. 민간 기업을 억누르고 국유 및 국영기업을 키우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는 가뜩이나 어두운 중국 경제와 산업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공산당 최고 리더십의 추이를 그와 결부시켜 보는 시각이 만만찮게 나오는 분위기다.

◇베이징을 떠도는 ‘황제’ 유령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명(明)과 청(淸) 두 왕조의 황제가 머물렀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금성의 이름은 별자리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천문(天文)에서 가장 높은 위상의 별, 자미성(紫微星)이다.

황궁에 두른 담처럼 별자리에도 성벽을 쌓았던 모양이다. 이른바 하늘 복판을 차지하는 자미원(紫微垣)의 둘러친 담장 안, 지금의 북두칠성 중 한 별인 자미성은 하늘의 권력자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산다고 중국인들이 상상했던 곳이다. 또한 온 별자리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어 하늘 권력의 복판을 상징한다고 일컬었던 별이다.

중국 자금성. /Pixabay

그 별자리 이름의 첫 머리가 ‘자(紫)’다. 가장 존귀한 색깔을 가리킨다. 아울러 우주의 최고 권력자가 거처하는 별이다. 그 고귀한 곳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금단(禁斷)의 영역이다. 따라서 ‘자금성’은 최고의 권력자가 있어 아무나 들어설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금 자금성의 벽은 대개가 붉은 빛이 감도는 자색(紫色)으로 칠해져 있다.

땅의 권력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을 그렇듯 상상했을까, 아니면 하늘이 그런 권력의 구도라서 땅에서도 같은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아무튼 땅에서나, 하늘에서나 고금(古今)의 중국인들은 모두 한결같은 그림을 그린다. ‘하나의 중심’이라는 구도다.

14억 명 인구의 중국을 지배하는 요즘의 공산당 또한 결코 예외가 아니다. 권력의 복판에 선 사람을 대개는 ‘중심(中心)’, 또는 그를 더 강조한 ‘핵심(核心)’으로 부른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인 마오쩌둥(毛澤東)은 실제 그런 권력을 누리고 펼쳤다. 곁의 어느 누구도 쓸 수 없었던 공산당의 주석(主席)이라는 호칭을 걸고 말이다. 그로써 그는 1959년 이후 3년 동안 굶주림 등으로 4000만 명이 죽은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을 벌였고, 지식과 문화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1966년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을 10년 이끌었다.

◇‘권력집중[集權]’이라는 화두

개혁·개방은 사실 그런 틀을 허무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권력의 분산과 분점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구조로 붕괴 직전에 있던 경제와 산업 등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였다는 얘기다. 최고 권력자 마오쩌둥을 위한 개인숭배(個人崇拜)의 어두운 틀에 갇혀 침체와 쇠망의 길에 빠져 있던 중국은 그로써 기사회생했다.

그로부터 다시 40여 년. 중국은 다시 북두칠성의 한 별, 자미성을 바라보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2012년 공산당 총서기로 권력 1인자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은 다시 옛 황제의 권력, 가깝게는 사회주의 중국 건국의 주역인 마오쩌둥 시대의 권력 구도를 펼쳐가고 있다.

'사회 화해(和諧)'. 중국 공산당은 2000년대부터 화평하고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을 강조해 왔다. / 중국인터넷

‘중국 꿈(中國夢)’ ‘대국굴기(大國崛起)’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그의 주요 정책 지향에 관한 레토릭은 퍽 다양하다. 그러나 그 모든 정책의 핵심 개념은 권력을 한 군데 모으는 ‘집권(集權)’이라는 토대에 올라서 있다. 따라서 그의 성(姓) 뒤에는 곧바로 ‘중심’과 ‘핵심’이라는 단어가 뒤따른다.

권력이 집중하면 ‘선택’과 ‘집중’은 빨라진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국제 지정학적인 요소가 잇따라 충돌하는 지구촌 정세에서 선택과 집중이 효율과 함께 펼쳐지면 다행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따른다. 토의와 견제가 사라진 최고 권력은 엉뚱한 판단을 부를 수 있다. 이른바 의사결정 구조의 경화(硬化)다.

◇옛 황제를 대체한 ‘지존’

중국의 인문은 지금 베이징의 자금성처럼 늘 고도로 집중화한 ‘황제’의 권력과 그를 맥없이 추수(追隨)하는 ‘신민(臣民)’의 그림을 그리기 십상이다. 어떤 이는 그를 ‘황제 vs 노예(奴隸)’라고도 이야기한다. 집중적인 최고의 권력과 그에 굴종하는 군체(群體)의 구도다.

청(淸)나라 5대 황제인 옹정제(雍正帝·재위 1722~1735년)의 초상화. 그는 군사와 정무 전반을 직접 총괄하기 위해 ‘군기처(軍機處)’를 만들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설치한 국가안전위원회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조선DB

현대 중국은 건국 뒤에도 권력의 ‘중심’과 ‘핵심’을 늘 강조하는 전제주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개혁·개방으로 그 틀이 약해지는가 싶었지만, 시진핑 총서기 취임 이래 고도의 ‘권력집중[集權]’을 꾀하면서 ‘황제와 신민’의 구도는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아예 ‘일존(一尊)’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유일한 존자(尊者), 즉 최고 권력자라는 뜻이다. 아울러 모든 사안은 그 지존(至尊)의 권력자에 의해 결정이 내려진다는 뜻의 ‘정우일존(定于一尊)’이라는 성어 표현이 중국 관영매체에 늘 오른다.

올해 가을에는 20차 공산당 당 대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연임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개혁·개방 이전 마오쩌둥 집권 시기로의 완연한 회귀다. 이로써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은 더욱 강해지겠지만, 중국의 정책 의사결정 구조는 더 깊은 ‘경화’를 피할 수 없으리라 보인다. 그로써 중국은 낮은 수준의 ‘사회 안정[維穩]’이라는 성과를 낼 수는 있겠으나, 세계 2대 경제주체로 올라섰던 화려한 부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