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허니문 선거’라고 불리기도 한다. 임기 초반에 이른바 ‘허니문 효과’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 지지율이 높을 때 실시되기 때문이다. 1988년 4월 총선, 1998년 6월 지방선거, 2008년 4월 총선 등 역대 허니문 선거는 모두 여당이 여유 있게 승리했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최단 기간인 22일 만에 치러진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45%로 긍정 평가(42%)보다 높았다.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직전 조사 가운데 최저치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39%)이 더불어민주당(40%)보다 낮았다.
과거에는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지지율이 패한 정당에 선거 이후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뒤집힌 적이 없었다. 특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충청권(32% 대 45%)에선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 높았고, 서울(40% 대 37%)과 인천‧경기(40% 대 39%)는 박빙이었다. 현재 정당 지지율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승리가 쉽지 않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부진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갤럽 조사에선 윤 당선인 직무 수행의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인사(人事)’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첫 내각 인선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국민의힘이 사실상 동조했던 것도 민심과 멀어지는 데 영향이 컸다. 지난주 4개 조사회사 공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선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50%)가 찬성(39%)보다 높았다. 이 법안을 4월 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말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65%로 다수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함께 ‘민심 잃기’ 경쟁에 나선 듯했다. 새 정부가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인수위도 지지율 하락에 한 몫 하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6월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새 정부와 집권당의 지지율이 더 추락해서 임기 초부터 국정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핵심 정책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가 6월 지방선거의 승패에 달렸다는 얘기다.
갤럽 조사에선 윤 당선인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 문제와 집무실 용산 이전에 이어 ‘독단적‧일방적이다’가 3위였다. 인사 문제와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도 ‘소통 미흡’ 논란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허니문 선거에서 처음으로 패하는 불명예 기록을 피하기 위해선 역대 정부의 불통(不通)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