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계열에는 환구시보(環球時報)라는 자매지가 있다. 인민일보가 돈벌이, 즉 상업화를 위해 펴낸 신문이다. 국제 사안을 주로 다루면서 국내에 팽배해지고 있는 민족주의, 애국정서 흐름에 편승하는 강성 논조로 유명하다. 이 신문의 편집장으로 맹활약했던 중국 언론인은 후시진(胡錫進·62)이라는 인물이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 /조선DB

입이 거칠기로 중국에서는 둘째로 꼽으면 서러워할 정도다. 원색적인 민족주의 정서로 마구 필봉을 휘둘렀던 사람이다. 그가 지난 5일 트윗으로 한국을 공격했다. “이웃 나라와 적대하면 한국은 우크라이나 꼴을 맞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이버방위센터(CCDCOE)에 가입한 사실을 두고 중국이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맥락이다. 이미 강대해진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루듯 한국을 손 봐 줄 것이라는 협박 발언이다. 그는 2019년 홍콩 자유화 시위자를 향해서도 “경찰이 발포해야 한다”는 식의 강성 발언을 쏟아내 중국 국내외에서 매우 유명하다.

이는 한국 네티즌들의 대단한 분노를 낳았다. 해외 중국어 권역의 매체들은 후시진의 이 날 발언을 크게 취급했다. “이 논리는 매우 무례하며 중국의 평화공존 5개 원칙을 어겼다. 러시아는 침략 국가인데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라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한국 전문가의 반응을 집중 소개했다.

◇“대외관계 무너뜨리고 있다”

2016년 캐나다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질문에 나선 서양 기자에게 호통을 친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당시 캐나다 외교부장을 향해 중국 인권문제를 거론하던 기자에게 왕이 부장은 “당신에게는 발언권이 없다”고 일갈했다. TV 생중계 현장에서 강경한 태도를 조금의 주저도 없이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 외교관들은 한 결 같이 ‘싸움꾼 늑대’, 즉 전랑(戰狼)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중국 외교부

임지인 프랑스에서 현지 언론 및 지식사회와 강한 설전을 벌였던 중국 주 프랑스 전 대사 루사예(盧沙野), 기자와 정부 기구 등에 협박성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은 중국 주 스웨덴 전 대사 구이충여우(桂從友), 현지 매체 등에 출연해 자국의 정책을 위해 설전을 마다하지 않은 중국 주 영국 전 대사 류샤오밍(劉曉明) 등이 대표적인 외교관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싸움 늑대 외교’의 일선에 선 인물들이다. 화춘잉(華春瑩), 자오리젠(趙立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과의 관세 마찰, 코로나19에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두고 서방 국가와 첨예한 ‘각’을 세우는 논리와 발언으로 중국에서는 나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로써 “이곳 진짜 명칭은 ‘대외관계 파괴부(破壞部)’”라는 국내외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는 “중국을 세계의 공적(公敵)으로 만드는 주인공”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지도부에 충성 경쟁

중국의 특수부대 요원이 해외에서 납치당한 자국인들을 구한다는 줄거리의 중국 판 ‘람보’ 영화인 ‘싸움 늑대(戰狼)’에서 이름을 차용해 이들을 보통은 ‘전랑 외교’라고 통칭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은 시진핑 현 공산당 총서기가 내건 노선과 무관치 않다. 2012년 공산당 총서기 취임에서 밝힌 ‘중국의 꿈(中國夢)’의 궁극적 지향은 ‘강대한 중국’이다. 그에 앞선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정부 때 미국과의 관계를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로 규정한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 집권기에 들어서면서 대외관계의 틀을 더욱 확장 일변도로 몰아갔다. 국내에서는 이에 따라 민족주의 및 애국주의 정서가 급격한 상승세를 그렸다. 외교부는 이를 적극 대변하는 입장이었고,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 등 언론 등은 이에 적극 호응하는 발언과 주장 등을 충성 경쟁 하듯이 이어갔다.

중국 영화 '전랑2'의 포스터. /조선DB

시진핑 총서기의 후반 집권기(2017년~)에 들어서면서 외교부 대변인실의 공식적인 발언이 ‘수준’을 넘기 시작했고, 왕이 외교부장(2016년)의 캐나다 방문 시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각 해외 공관의 대사들이 강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국의 ‘싸움 늑대 외교’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나운 개가 지키는 술집

술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사나우면 그 술집의 술이 상한다는 고사가 있다. 흔히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성어 표현으로 적는다.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는 술집에는 사람 발길이 뜸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집에서 파는 술은 쉽게 시어진다는 얘기다. 안에서 과잉으로 충성하는 세력이 있으면 바깥과의 소통과 교류는 줄어든다는 교훈이다.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 /연합뉴스 AP

중국이 꼭 그런 형국이다. 전임 후진타오-원자바오 집권 시절과 견줄 때 중국의 현재 위상은 매우 초라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외관계 일선의 관계자와 언론 등이 합심해서 충성 경쟁을 벌이며 강성 발언을 이어간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현재 대중 경계심을 잔뜩 높이며 산업 기술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 옥죄기에 나섰고,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연합의 구성 국가들도 중국을 새로운 경계감과 적대감으로 보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국면을 부른 중국의 실책이다. 중국의 고립 국면이 깊어지면서 최근 외교부의 논평, 주 미국 대사의 대미(對美) 발언이 유화적인 흐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술집의 술은 이미 신맛을 띤 지 제법 오래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