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발표된 9개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2~37.8%였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측정한 정당 지지율은 조사마다 결과가 너무 달라서 누가 1위인지, 여야(與野)의 차이가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9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1.8%에서 43.1%까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26.8%에서 45.4%까지 차이가 무려 20%포인트가량에 달했다. 지지율 순위도 여당이 한길리서치(42.0% 대 29.1%)와 NBS 조사(37% 대 28%) 등에선 야당을 크게 앞섰지만, 미디어토마토(35.6% 대 45.4%)와 리얼미터(40.9% 대 41.8%) 등은 야당이 더 높았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따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동반 하락했는지 혼란스럽다.
전문가들도 정당 지지율이 널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예전에는 조사 결과의 차이를 조사 방식의 차이로 설명하곤 했다. 사람이 물어보는 전화 면접원 방식과 기계가 물어보는 ARS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인데, 최근엔 같은 방식끼리도 여당 또는 야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요즘 각 조사의 정당 지지율은 들쭉날쭉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모두 30%대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침체에 빠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각 조사 표본의 여야 지지자 비중이 크게 다른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서로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너무 절묘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의 신뢰성 논란이 컸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 조사 업계가 여론조사의 정확성 향상을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여론조사는 선거 때처럼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발표된 대통령·정당 지지율 조사는 33개였다.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수치의 정확성 여부와 상관없이 수많은 매체가 기사로 다루고 있고 정치권은 일희일비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오는 8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국민의힘도 대선 후보 경선 등에서 여론조사를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조사마다 수치가 널뛰고 불신을 받아도 정치권은 ‘여론조사 의존증’에 빠져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조사 업계, 학계 등과 함께 여론조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무런 개선 노력도 없이 여론조사에 의존해서 당대표를 뽑고 대선 후보를 정하는 후진적인 정치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정치권에 묻고 싶다.